카타리나는 눈이 큽니다. 동공 크기가 보통 3에서 5밀리미터 사이라는데, 카타리나의 동공 크기는 6밀리미터가 넘습니다. 큰 눈동자에 진한 쌍꺼풀과 짙고 긴 속눈썹이 더해져 카타리나를 보는 이들은 감탄하곤 했습니다. “눈이 참 예쁘구나”라면서요.
엘리사벳은 눈이 그리 크진 않습니다. 작은 눈은 아니지만 카타리나 옆에 있으면 작아 보였습니다. 엘리사벳이 웃으면 가느다란 눈이 초승달처럼 둥글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언니는 눈이 큰데, 너는 눈이 작구나”라고요.
카타리나가 중학교 1학년이고 엘리사벳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만원 엘리베이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와! 정말 예쁜 눈이야.” 타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카타리나의 눈에 주목했습니다. 엄마인 저, 클라라는 사람들의 반응이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좁은 공간에 두 아이가 있는데, 한 아이에게만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 불편했습니다.
그리하여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특히 카타리나가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엘리사벳에게 귓속말을 했습니다. “엄마는 우리 엘리사벳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라고요. 엘리사벳이 미소로 화답했습니다. “저도 알아요” 그 한마디에 그동안 졸였던 마음이 놓이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요!
저, 클라라는 스스로를 못났다고 여긴 적이 많았습니다. 비단 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거울 속 제 모습에서 어디 하나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은 왜 나를 이렇게 만드셨을까?’ 한숨만 나왔습니다.
얼마 전, 이제는 고등학생인 엘리사벳에게 “우리 엘리사벳, 세상에서 제일 예쁜 거 알지?”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고단한 고등학생에게 건네는 응원의 말이었습니다. “그럼요. 제가 엄마 닮았잖아요.” 엘리사벳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날 닮아 예쁘다고?’ 엘리사벳은 분명히 예쁘지만 저, 클라라를 예쁘다고 생각한 적 없었기에 머릿속에 물음표가 마구 생겨났습니다. 카타리나와 엘리사벳이 뱃속에 있었을 땐 심지어 아이가 저를 닮지 않기를 바라며 구일기도를 바칠 정도였으니까요.
다시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엘리사벳처럼 예쁘게 웃어봅니다.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볼에 보조개가 파이는 모습이 엘리사벳을 꼭 닮았습니다. 하느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나의 애인이여, 그대의 모든 것이 아름다울 뿐 그대에게 흠이라고는 하나도 없구려.”(아가 4,7)
오래도록 스스로를 혐오하며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영화 속 장면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불현듯 “우리 클라라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이제는 저, 클라라 역시 “저도 알아요”라고 화답하고 싶습니다. 저를 만드신 하느님 마음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엘리사벳이 제게 했던 대로 말이지요.
하루를 마무리한 후 자리에 누워 아가서 구절을 읊습니다. 오십 대 중년을 지나는 클라라에게 해주는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나의 애인이여, 일어나오. 나의 아름다운 여인이여, 이리 와 주오.”(아가 2,10)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클라라야, 너는 참 예쁘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말해 주는 일입니다. 부푼 가슴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글 _ 김정은 클라라 (가족인문학연구소 공동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