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교회에서 두 번째로 큰 교구로 성장한 수원교구는 외적 성장의 이면에서 여러 과제를 안고 있었다. 본당 공동체의 친교 약화, 신자의 익명화, 선교율과 주일미사 참여율 감소, 쉬는 교우 증가, 청소년 신앙생활 약화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구는 조직과 체제 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2006년 9월 26일부터 시행된 대리구제는 이후 복음화를 위한 교구의 사목활동 전반을 보다 활발하게 이끄는 동력이 됐다.
활기찬 교구 위한 조직 개편 논의
교구는 시노두스 의제였던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실현하기 위해, 비대해진 교구 조직과 체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규모가 커진 교구 체제로는 사제와 신자들의 다양한 사목적 요구를 충분히 충족하기 어려웠고, 더 많은 평신도가 참여하는 ‘함께하는 교회’를 이루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를 풀어가기 위해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는 사제들과 동반자로서 통합사목을 추구하고, 평신도의 역할과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을 모색했다.
교구는 2000년 12월 사제연수에서 ‘교구장 지구 대리구제도’, 곧 ‘대리구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어 2001년 5월 사제연수에서 최 주교는 교구 사제들에게 거대한 교구의 조직과 체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물었다.
교구 사제들은 기존 지구 조직을 유지하기보다 대리구제를 시행하는 방향을 원했다. 이에 따라 교구는 사제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당시 서울대교구와 대구대교구에서 시행되던 대리구제도를 검토하고, 수원교구 현실에 맞는 제도를 준비하기로 했다.
2005년 11월 30일에는 교구장 최덕기 주교와 총대리 이용훈(마티아) 주교 등 12명의 성직자로 구성된 대리구 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준비위원회는 2006년 수원교구 대리구제 시안을 마련하기로 결의했다. 아울러 각 대리구를 담당할 대리구장을 임명하고, 최 주교의 교령을 통해 대리구제 전면 시행을 발포하기로 했다.
6개 대리구 분할, 각 대리구장 임명
대리구 준비위원회는 거주민 수와 신자 수, 도시와 농촌, 대도시와 중소도시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6개 대리구 분할안을 발표했다.
기존 17개 지구, 168개 본당을 재편해 관할하는 6개 대리구는 수원대리구(28개 본당), 안양대리구(23개 본당), 평택대리구(35개 본당), 용인대리구(31개 본당), 성남대리구(25개 본당), 안산대리구(26개 본당)로 결정됐다. 교구는 2006년 5월 22일부로 대리구장을 임명했다.
새로 임명된 대리구장들은 대리구 준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관할 지구 사제들과 만나며 대리구제 시행에 필요한 준비를 이어갔다. 6월 1일에는 총대리 이용훈 주교가 교회법에 따라 교구청장으로 임명돼, 교구청 주관자로서 교구청의 제반 업무를 총괄하게 됐다.
7월 14일에는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천주교 수원교구 대리구제도에 관한 교령 반포 및 대리구장 서임 미사’가 거행됐다. 미사에서 최 주교는 대리구제 설정을 공포하고 시행지침을 알리는 교령을 발표했다. 6명의 대리구장에게는 교구장 대리로서의 권한을 부여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천주교 수원교구 대리구제도에 관한 교령을 발표하며’ 제목의 담화에서 최 주교는 “주교와 사제단이 더욱 성화·일치하고 교구민과 함께 연대해 주님을 찬미하고 세상을 복음화하는 교구 공동체를 염두에 두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교구 대리구제를 구상했다”며 “이는 한두 명의 주교에 의해 기계적이며 경직된 모습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인의식을 갖고 연대해 자발적이고 활기찬 교구 공동체를 이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대리구제는 기존 지구제와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지구가 대체로 7~15개 본당이 연합한 결합체라면, 대리구는 이러한 지구 2~4개가 연합한 조직으로 평균 30개 이상의 본당을 아우르는 체제였다.
대리구장은 사목방문과 견진성사 등 주요 행사를 주관했다. 또 대리구 운영지침에 따라 대리구 사제평의회를 구성하고, 사제들과 대리구 직원들의 협조를 받아 대리구청에 상주하며 임무를 수행했다. 대리구는 기존 지구를 세분화하거나 통합함으로써 더욱 전문화된 교육과 행사를 실시하고, 고유한 지역적 특성을 살려 작은 교구로서 지역사회 복음화에 힘쓸 수 있게 됐다. 또한 청소년의 교회 활동이 지구 단위에서 활발히 이뤄져 온 점을 고려해, 대리구 차원에서 청소년 활동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었다.
대리구제 시행으로 교구청 업무 변화
대리구제가 시행되면서 교구청의 1처 5국 체제는 유지됐지만, 기능이 조정됨에 따라 업무와 직원 구조도 일부 개편됐다. 사무처와 관리국, 성소국은 기존 업무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복음화국과 청소년국, 사회복음화국은 상당수 업무를 대리구로 이관했다. 특히 복음화국과 청소년국의 교육·행사 중심 업무는 전문적인 기획·연구 중심 업무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교구청은 정책을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대리구는 이를 바탕으로 본당과 연계해 교육과 행사 중심의 공동체 사목을 펼치는 형태가 됐다. 기존 지구는 대리구와 본당 사이의 중간 역할을 담당하되, 행정 업무보다 지구 사제단 모임을 통해 본당 연합 사목이 이뤄지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게 됐다.
대리구장은 대리구청에 근무하는 복음화국장, 청소년국장과 함께 대리구 전반의 사목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주관했다. 복음화국장은 사회복음화 업무를 겸임했고, 청소년국장은 성소 업무를 겸임했다.
대리구제 실시 이후 교구는 2007년 교구장 사목교서를 통해 교구 차원의 새로운 사목 목표를 발표했다. 중점 목표는 시노두스 의제였던 ‘소공동체 활성화’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였으며, 표어는 ‘함께 하자 대리구제! 신앙의 유산을 자녀에게!’로 정했다. 구체적인 실천 목표로는 ‘대리구제 활성화’와 ‘가정의 성화’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