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5월 25일 인공지능(AI) 시대의 인간 존엄을 주제로 한 첫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를 반포했다. 물리학자이자 사제로, AI 시대 교회의 역할을 성찰해 온 김도현 신부(바오로·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의 특별기고를 통해, 첫 회칙의 반포 배경과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지난 5월 25일 반포된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는 ‘인공 지능 시대에 인간 존엄성 수호에 관한 교황 레오 14세 성하의 회칙’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제에서 드러나듯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이 바로 이 회칙의 주제입니다. 이미 지난 주에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이미 우리에게 다가온 AI 시대는 AI의 오남용으로 인해 유물론적 관점의 확산과 대량 실업, 전쟁 활용과 환경 파괴 등 여러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문제는 복합적으로 하느님을 닮은 고귀한 존재인 인간이 지닌 고유한 가치에 흠집이 생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자신의 첫 회칙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고귀한 인류는 오늘날 중대한 선택에 직면해 있습니다. 새로운 바벨탑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지내는 도시를 세울 것인가 하는 선택 말입니다.”(1항)
여기서 교황은 이 회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두 가지 성경적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그 하나는 바벨탑 건설 이야기(창세 11,1-9 참조)이고, 다른 하나는 예루살렘 성벽 재건 이야기(느헤 2-6장 참조)입니다.
“사람들은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창세 11,4) 탑을 건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들은 온 땅에 흩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자신들의 안정과 힘을 보장하고, 무엇보다도 ‘이름을 날리기’를 원했습니다. … 하지만 그 계획 안에는 깊은 위험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관계없이 구상된 프로젝트였으며, 다양성을 제거하는 획일성에 의존했고, 친교보다는 동질화를 선택한 계획이었습니다. … 따라서 바벨탑은, 아무리 거창해 보이는 노력이라 하더라도 자기 과시에서 비롯되고, 효율성을 위해 인간 존엄성을 희생하며, 하느님의 축복 없이 하늘에 도달하려는 모든 시도의 한계를 드러냅니다.”(7항)
“바빌론 유배 이후, 일부 백성은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지만, 도시는 여전히 폐허였고, 성벽은 무너져 있었으며, 성문들은 불타 있었습니다.(느헤 1-2장 참조) … 느헤미야는 윗자리에서 해결책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각 가문을 불러 모아 각자 맡은 구간의 성벽을 재건하게 했고, 그들의 우려를 들으며 노력을 조율하고 반대에 대응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도시가 한 사람의 주도로 다시 세워진 것이 아니라 모두의 공동 책임을 통해 되살아났음을 보여 줍니다. … 그것은 하느님을 중심에 둔 사업이었고, 돌을 다시 쌓기 전에 먼저 관계를 재건하는 일이었습니다.”(8항)
이어서 교황은 이 회칙이 작성된 의도를 다음과 같이 드러냅니다.
“추상적으로 볼 때 기술 자체는 인간 문제의 해결책도 아니고, 본질적으로 악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로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것을 구상하고, 자금을 지원하며, 규제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핵심적인 선택은 기술에 대해 ‘예’ 또는 ‘아니요’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바벨탑을 건설할 것인가 아니면 예루살렘을 재건할 것인가의 선택입니다. 곧 하늘을 지배하려는 권력의 길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 현존 안에서 형제적 공존의 성벽을 함께 재건하는 백성의 길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9항)
회칙은 AI를 절대로 거부하지 않습니다. AI의 개발과 사용을 거부할 것을 교황의 이름으로 신자들에게 명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AI의 선용을 통해 우리가 다 같이 ‘하느님의 도성인 예루살렘을 재건’하도록 촉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AI의 오남용으로 인해 생겨난 여러 문제가 정리되고 인간 존엄성이 제대로 수호될 수 있을 거라고 교황은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황은 AI를 무장 해제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제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무장 해제(disarm)’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 무장 해제란 기술적 힘이 자동적으로 지배할 권리를 부여한다는 가정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무장 해제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110항)
그래서 이 회칙은 총 245항에 걸쳐 마지막까지 ‘예루살렘 재건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루살렘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재건의 길 중간에 놓인 여러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회칙의 본문에서는 AI 시대에 생겨난 다양한 문제를 자세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 회칙은 레오 13세 교황의 「새로운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사회 교리를 다루는 회칙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그래서 회칙의 앞부분은 레오 13세 교황부터 프란치스코 교황까지의 사회 교리의 발전 상황을 요약 정리한 후에 사회 교리의 여러 중요한 원리들 즉 인간 존엄성, 공동선, 보조성, 연대성 등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후 교황은 AI 시대에 들어선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인간 존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합니다. 지적된 문제 중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언급된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 실업, AI 시대의 새로운 노동력 착취, 전쟁에 악용되는 AI, 외교적 다자주의의 위기 등.
회칙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핵심은 하나입니다. 바로 ‘AI 시대에도 인간을 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도 느헤미야처럼 경청과 용기, 기도와 책임을 결합하도록, 그래서 기술 관료적 사고방식이나 당파적 이해관계가 우세해 보일 때조차도 인간의 도시가 살기에 더욱 적합한 곳이 될 수 있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입니다.”(241항)
우리 모두는 AI 시대에도 인간 존엄성이 수호되는 예루살렘을 재건할 소명을 받은 이들인 것입니다.

글 _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