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산업 확대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용수 수요가 급증하며 사회적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AI 시대 전력 수급 문제를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와 생태적 한계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와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6월 8일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에서 ‘인공지능 시대, 전력 수급 어떻게 해야 하나?’ 주제로 2026년 정기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첫 번째 발제에 나선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인공지능 부상과 생태적 한계’를 주제로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 문제를 짚고,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그린 AI’ 활용을 제안했다.
김 소장은 그린 AI에 대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전제로 지구 생태계 한계 안에서 자원 사용을 줄이고, 기술 사용 과정에서 기득권을 규제하며, 기후 한계 안에서 AI 활용을 논의하는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의 인공지능법처럼 AI 기본법에 ‘환경 보호’를 포함해야 환경적 고려가 기본값으로 반영될 수 있다”며 “정부의 인공지능 기본계획에도 기후 환경 영향에 대한 대처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이어 열린 토론에서는 AI 시대 전력 수급을 지역 주도의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물과 전기가 많이 필요한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으로 직접 내려와야 한다”며 “국가 전력망 체계와 산업 입지 정책의 근본적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산업단지를 분산 배치해 지역 균형발전과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도 AI 전력 수급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기후위기와 사회정의 차원에서 ‘분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은 지표로 확인됐다”며 “경제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안 하고, 줄이고, 분산하고, 자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식량위기”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인구든 시설이든 분산하고 공공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반도체 국가산단의 지방 이전 논의 자체를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재각 대전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쓰이는 각종 화학물질이 생산 설비 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 지역 주민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위험까지 포함한다.
한 위원장은 “반도체 산업, 나아가 AI 기술을 맹목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닌지, 그 속에서 누가 이득을 독차지하고 누가 희생을 강요받는지 따져 봐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의 막대한 수익은 전력과 물을 값싸게 사용하는 구조, 노동자와 지역 주민에게 전가되는 위험을 낮은 비용으로 처리해 온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