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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길 잃은 한 마리 양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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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숨 가쁜 하루가 지나갑니다. 새벽 별을 보며 집을 나서고, 어둠이 내려앉은 후에야 돌아오는 고단한 삶의 현장입니다. 휴일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한 팍팍한 삶 속에서도, 가슴 한편의 작은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 애쓰는 이들이 있습니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그들은 폭풍우 속에서 촛불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성전을 향하는 하느님의 백성들입니다.


예수님은 ‘되찾은 양의 비유’에서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보다 그 한 마리를 두고 더 기뻐한다”(마태 18,13)고 하셨습니다. 길 잃은 한 마리를 찾아 나서는 것이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교회는 “길을 잃지 마라, 냉담하지 마라”고 호소하면서도, 정작 그 양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우물을 하나둘 덮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돌아보게 됩니다.


바리사이의 율법적 의로움을 좇습니까, 예수님의 사랑을 좇습니까? 교회는 신자들에게 ‘신앙인의 향기’를 강조하지만, 정작 그들이 발 디디고 선 곳은 삶의 모진 풍파가 몰아치는 일상입니다. 예수님은 결코 높은 담장 위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기꺼이 먼지 날리는 시장통에서,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서 그들의 언어와 눈높이로 말씀하셨습니다. 율법의 형식보다 ‘정의와 하느님 사랑’을 강조하셨던 그분의 뜻을 되새겨 봅니다. 


그리운 것은 목자의 흙냄새입니다. 어린 시절 기억 속 신부님들에게선 흙냄새가 났습니다. 가정을 방문해 냉담 교우의 차가운 손을 잡고, 가난한 이들을 남몰래 도우시던 그 땀방울이 곧 살아있는 복음이었습니다. 지금의 사제들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간혹 양 떼와 함께 걷는 동반자가 아닌 관리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우리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거친 파도를 한 배를 타고 헤쳐 나가는 동반자, 즉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해야 합니다. 이는 성직자부터 평신도까지 경청과 대화를 통해 함께 걷는 길입니다. 성령 안에서 서로 존중하며 교회의 방향을 함께 식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시노달리타스 정신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목마름을 달래러 찾아가는 미사에서부터 실현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미사는 모두가 함께 걷는 길을 향해 열려 있는지, 아니면 효율성의 논리로 그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효율성을 이유로 미사 시간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 머무르라”고 당부하지만, 늦은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고 온 ‘한 마리 어린양’은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갈 곳을 잃습니다. “미사가 있는 더 큰 본당으로 가라”는 말은, 목마른 이에게 “우물 문 닫았으니 딴 마을로 가라”는 안타까운 답변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새벽 미사는 뒤로 밀리고, 저녁 미사마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겨우 동네 작은 성당을 찾은 이들에게 ‘풍요로운 본당’ 이야기는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지치고 힘든 그 한 마리 양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라면 이 닫혀가는 문 앞에서 어떤 말씀을 건네셨을까요? 김대건, 최양업 신부님이 이 시대에 오신다면 땀 흘려 늦게 온 신자를 위해 기꺼이 다시 초에 불을 붙이지 않으셨을까요? 예수님이 바라시는 것은 잘 정돈된 아흔아홉 마리의 대열이 아니라, 덤불 속에 갇혀 울고 있는 단 한 마리를 향해 손을 뻗는 그 간절한 마음일 것입니다.


글 _ 전백근 요셉(전주교구 호성동본당)


※ 독자마당은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과 따뜻한 신앙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일상 속 은총의 순간들, 이웃과 나누고 싶은 미담을 자유롭게 보내 주세요.(A4 ⅔장 이내) 보내실 곳 서울 광진구 능동로 37길 11 2층 이메일 jebo@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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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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