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100일을 넘어섰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에너지 기반시설 파괴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전쟁이 만들어 낸 이익은 일부 기업과 자본에 집중되고 있다.
반면 피해는 가장 낮은 곳부터 찾아왔다.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워플레이션’은 복지 사각지대를 메워 온 무료급식소의 운영난으로 이어졌다. 식재료와 생필품 가격은 오르고, 민간 후원은 줄어든 탓이다. 한 끼의 온기를 전해 온 무료급식소가 흔들리고 있다.
물가 상승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자주 구입하는 쌀, 달걀, 라면 등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작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올해 5월 기준 123.19(2020년 기준 100)를 기록했다. 전쟁 전인 1월은 121.1로, 발발 이후 체감 물가가 2 가까이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식재료와 생필품 지출 비중이 큰 무료급식소가 체감하는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줄어든 후원은 무료급식소의 살림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청주교구 관할 무료급식소인 ‘성 빈첸시오의 집’은 푸드뱅크에서 지급받던 물품이 줄어 부식을 축소하고, 식단 구성도 바꿨다. 고물가 속에서 유통기한 임박상품 전문 쇼핑몰이 확산되면서, 과거 기부로 이어지던 물량 일부가 판매 시장으로 흡수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도 후원 감소로 쌀이 부족해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았다.
무료급식소가 전쟁과 물가 상승 같은 외부 충격에 취약한 배경으로는 ‘홀로서기’ 구조가 거론된다. 많은 시설이 후원 모집, 식재료 확보, 홍보, 행정 대응을 개별적으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꽃동네 대학교 사회복지카리타스대학원 도건창(요한) 교수는 “재정 투명성을 이유로 지원 조직을 만드는 일을 꺼려하는 사회복지계의 경향이 현장 실무자에게 모든 부담을 안긴다”며 “이는 위기 상황이 닥칠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현장은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은 적극적인 홍보로 후원처를 발굴하며 안정적인 재정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식사 나눔을 넘어 의료, 심리 상담, 구직 지원 등 이용객의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명동밥집 실무자 장석훈(시몬) 씨는 “이용객이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시설들도 지역과 후원 기반에 맞춰 버틸 힘을 마련하고 있다. 대전교구 ‘성모의 집’과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은 각각 케이티앤지(KT&G)와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장기 지정기탁 후원금 덕분에 물가 상승 충격을 덜고 있다. 서울대교구 가락시장준본당 ‘하상바오로의 집’은 시장 상인들의 자발적인 식재료 기부가 운영에 보탬이 된다고 밝혔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식탁을 지켜 온 무료급식소는 사회교리가 가르치는 ‘연대성’과 ‘보조성’을 실천하는 곳이다. 이들에게 ‘지금,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연대가 요청되는 시점이다.(베네딕토 16세 교황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31항 참조)
청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 연구소장 김성우(이사악) 신부는 “그리스도인에게 무료급식소는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이곳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가난한 이웃을 향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