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인천교구 생태환경사목위원회에 파견되어 수도권 매립지와 소각장, 쓰레기 선별장을 몇 차례 견학한 일이 있다. 충격적이었다. 얼마나 많은 땅이 매일 쏟아지는 쓰레기를 받아안고 신음하는지! 소각장의 위치는 또 왜 이리 먼지!
쓰레기 선별장의 작업자들은 온종일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소음과 악취 속에서 바삐 손을 움직이며 재활용할 쓰레기를 골라내고 있었다. 더군다나 작업자 중 상당수가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쓰레기 배출만 제대로 해도 땅을 보호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 되겠다 싶었다. 쓰레기는 최대한 줄이고, 재활용하기 쉽게 배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각인되었다. 제한된 땅에 쓰레기를 무한정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다 무척 반가운 제도를 만났다. ‘자원순환가게’다. 이는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깨끗하게 재질별로 분류하면, 무게에 따라 유가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2019년 6월 경기도 성남시에서 ‘자원순환가게 신흥이 re100’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되어 현재 23개소로 늘어났다.
‘re100’은 ‘recycle 100’ 곧 재활용 100를 뜻한다. 성모님이 엘리사벳을 방문하듯 나는 함께 일하던 이들과 서둘러 그곳을 찾았다. 또 다른 충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쓰레기가 될 뻔한 캔과 플라스틱 등이 말쑥한 얼굴로 재탄생할 그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 오면 더는 쓰레기가 아니라 모두 자원으로 불린다. 그중에 유난히 눈에 띄었던 것은 투명 페트병, PET/PE/PS/PP/OTHER라는 재활용 표시대로 분류된 플라스틱들이었다. 이들이 재생될 때 녹는 온도가 다르기에 분류된다고 했다. 플라스틱이 이렇게 다양한지도 처음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가정에서부터 분류한 자원을 가지고 와서 판매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자원순환의 열쇠 하나를 얻게 되었다. 기존의 쓰레기 수거, 처리 과정에 따르는 비용과 이에 따른 원료 채굴과 탄소발자국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고양시, 용인시 외에 인천광역시에도 곧바로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 주로 행정복지센터를 거점으로 진행 중이며, 현재 인천시에만 8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초기에 인천교구도 이를 실시한 바 있다.
그 후 나는 인천시 강화군으로 소임지를 옮겼으나 여전히 공동체와 함께 자원순환가게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강화군엔 이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인천까지 가야 하지만, 자원순환 100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 모든 불편을 달게 만들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을 맛보았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이 내게는 오히려 불편하다.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더 깊은 동기를 보태준다. “물건을 쉽게 내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존엄을 표현하는 사랑의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211항)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일곱 가지 실행 목표 중 네 번째는 지속가능한 생활이다. 매일 버리는 쓰레기를 자원으로 구출할 수 있으니 적절한 실천이 되리라 믿는다.
전 세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일으킨 전쟁으로 원유 공급이 불확실해지면서 석유에 기반을 둔 현대 문명의 유지가 위험을 겪고 있다. 이때 절실히 필요한 분야 중 하나는 자원순환이다. 한국형 자원순환가게는 세계에 알릴만한 모범적인 모델이라 생각한다.
우선 국내에서부터 더 퍼지도록 각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기를 제안하고 싶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의 20나 사는 서울특별시가 자원순환가게를 실천한다면 기후위기 완화에도 크게 기여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이 이제는 K-문화에 이어 K-자원순환가게로 세상을 선도해 보면 어떨까?
글 _ 문점숙 마리루치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