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급식소들은 물가 상승과 후원 감소 속에서도 ‘한 끼의 온기’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각 시설이 홀로 버티는 방식만으로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을 이어 온 무료급식소 사례를 통해 후원과 봉사, 식재료 공급망, 교회와 공공의 연계가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 살펴본다.

“모두 사랑합니다. 오늘도 식사 맛있게 하세요.”
5월 22일 오전.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무료급식소 ‘명동밥집’은 센터장 백광진(베드로) 신부의 인사와 함께 문을 열었다. 명동밥집은 매주 수·금·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무료급식을 제공한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800여 명, 올해 6월 기준 누적 이용객은 63만 명을 넘어섰다.
식사의 질에도 공을 들인다. 짜장면과 같은 특식을 주기적으로 마련하고,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를 통해 가톨릭농민회(이하 가농)가 생산한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공급받는다.
관계 기관과 함께 이·미용, 목욕, 의료 지원은 물론 심리 상담과 구직 지원 등 자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한 끼를 제공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이용객이 다시 사회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한 끼를 떠받치는 대들보들
명동밥집 역시 물가 상승의 부담을 피할 수는 없었다. 개소 초기 3500원이던 1인당 급식 단가는 현재 5500원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운영을 이어 올 수 있었던 데는 후원자와 봉사자, 기업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다.
용도가 제한적인 정부·지자체 지원금과 달리, 정기 후원금은 현장의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기 봉사는 인건비 부담을 덜 뿐 아니라 업무 숙련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명동밥집 실무자 장석훈(시몬) 씨는 봉사자들을 “대들보와 같은 분들”이라고 했다.
대들보를 세우기 위해서는 홍보가 중요하다. 명동밥집은 SNS와 본당 방문 등을 통해 활동을 알리며 새 후원처를 발굴하고 있다. 장 씨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중요해지면서 농협의 쌀 기부처럼 기업 특성에 맞는 후원도 요청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사례를 모든 무료급식소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명동밥집은 교구 기관의 운영과 홍보, 후원자와 봉사자, 기업 연계가 함께 맞물려 운영된다. 반면 많은 시설은 담당자와 봉사자 몇몇이 현장을 떠받치는 ‘홀로서기’ 구조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한 곳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는 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운영 조건을 찾아 다른 현장과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현장 잇는 네트워크가 식탁 지킨다
무료급식소들의 사정은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잘 알려진 곳에는 후원금과 물품이 모이지만, 규모가 작거나 덜 알려진 곳은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기 어렵다.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따로 존재해도, 이를 서로 이어 줄 구조가 없다면 현장의 어려움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10여 개 무료급식소도 다른 급식소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무료급식소들을 연결하고 조정할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협의체가 마련되면 식자재 수급 상황을 공유하고, 긴급 후원처를 연결할 수 있다. 봉사자 교육과 위생·안전 교육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급식소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공동 구매나 공공지원 신청 창구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교구를 넘어 교회 차원의 전방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교구마다 사회복지 조직이 있지만, 별도의 협의체를 꾸리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톨릭 꽃동네 대학교 사회복지카리타스대학원 도건창(요한) 교수는 “협의체 등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무료급식소 간 연계는 물론, 시설을 지탱하는 봉사자 교육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는 교회의 사회교리가 전하는 연대성과 보조성을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맛있는 식사를 할 권리
무료급식소의 위기는 주방 안에서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식탁 밖 농업 생산비의 변화도 한 끼 단가를 밀어 올린다.
올해 초 본격화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은 국제 비료 가격과 농기계 가동에 쓰이는 면세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2026년 비료 가격 지수가 3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농가가 사용하는 면세유도 리터당 400원 이상 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농이 실천해 온 자연순환형 친환경 농법, 곧 생명농업은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된다. 가농에 따르면, 생명농업은 수입 농자재 의존도가 높은 관행농업에 비해 물가 상승의 충격을 덜 받는다.
가농의 친환경 농작물을 사용하는 일은 이용객에게 어떤 음식을 제공할 것인가 와도 맞닿아 있다. 무료급식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이면서도, 한 사람을 존중받아야 할 존재로 대하는 기본적인 돌봄이다. 서울대교구 우리농 손성훈(라파엘) 사업국장은 “가난한 이들에게도 맛있는 식사를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좋은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 가농 농작물은 관행 농산물보다 가격이 약 15 높지만, 우리농은 명동밥집과 같은 복지시설에는 10~15 할인해 공급하며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일부 차액은 후원금으로 메우고 있으나, 이 방식만으로는 장기적인 공급을 담보하기 어렵다. 안정적인 구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일정 부분 비용을 보조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농은 “무료급식소와의 직거래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지만, 일시적 기부나 소규모 거래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구매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매입 대금에 대한 ‘차액 보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농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 송파구와 협약을 맺고 가농 농작물을 복지시설에 공급한 바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면 충분히 확장 가능한 모델이라는 뜻이다.
무료급식소는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최일선 현장이다. 그러나 그 역할이 선의와 헌신에만 기대어 지속될 수는 없다. 후원자와 봉사자, 기업, 교회, 공공기관이 서로 연결될 때 한 끼의 온기는 지속될 수 있다. 전국 곳곳의 무료급식소가 오늘 준비하는 한 끼는, 누군가에게는 다시 살아갈 힘이 되는 ‘오병이어의 식탁’이다.

이호재 기자 ho@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