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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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기, 다시 쓰는 가족] 사랑은 문을 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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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꽃이 핍니다. 목련이 가장 먼저 봄의 시작을 알립니다. 3월, 초등학교 담장의 개나리가 등교하는 아이들을 반기려는 듯 고개를 내밉니다. 4월, 봄의 절정을 축하하며 벚꽃이 만발합니다. 이팝과 조팝이 하얀 눈이 내리듯 소복소복 피어납니다. 5월, 눈길이 닿는 곳마다 철쭉이 만개하고 담벼락을 감싼 넝쿨 장미가 흐드러집니다. 6월, 수국과 작약이 고봉밥처럼 그득그득 소담한 얼굴을 드러냅니다.


길가 돌담 틈, 계단 층계, 보도블록 사이에 핀 작은 꽃들을 놓칠 순 없습니다. 미세한 틈바구니에 아주 작은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초등학생이던 카타리나와 엘리사벳은 식물도감을 펼쳐 꽃 이름 찾기 놀이를 했습니다. 꽃다지, 괭이밥, 개불알풀, 제비꽃, 봄맞이꽃, 돌단풍…. 두 아이에게서 작은 꽃들의 이름을 배웠습니다. 크고 작은 봄꽃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피어나 어느새 멋진 풍경이 됩니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봄날이면, 엄마 소피아는 대문을 활짝 열어두었습니다. 냉장고에는 보리차가 든 큰 주전자가 있었습니다. 누구라도 목이 마르면 우리 집 부엌에서 냉장고 문을 열고 보리차를 꺼내 마실 수 있었습니다. 놀다 보면 어느새 허기가 졌고 그 무렵 전 굽는 냄새가 나곤 했습니다. 


마당의 평상에서 소피아는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그날그날 감자나 호박을 썰어 전을 부쳤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집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서 평상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소피아가 부쳐놓은 전을 양손으로 죽죽 찢어 잘도 먹었습니다. 소피아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이 마당에 핀 봄꽃들만큼이나 예쁘다고 했습니다.


카타리나와 엘리사벳이 어릴 적에 엄마 소피아가 그랬듯이 저, 클라라 역시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었습니다. 현관에는 금세 아이들 신발이 뒤섞였고 아이들은 “배고파요” 하며 부엌을 기웃거렸습니다. 밥에 소금과 볶은 깨, 참기름을 넣고 주먹밥을 만들어 아이들을 대접했습니다. 그날그날 멸치볶음이나 김자반을 추가해 주먹밥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 집 식탁에서 주먹밥을 먹는 아이들이 아파트 화단에 핀 봄꽃들만큼이나 예뻤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혈연이라는 담장을 넘어 가족이 확장될 가능성을 말이지요. 엄마 소피아가 대문을 열어 동네 아이들을 초대했던 것처럼 저, 클라라 역시 현관문을 열어 아이들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 우리 모두 한 가족이 되었으니까요.


루카복음에서 예수님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던 자캐오에게 말씀하십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 사람들이 수군거렸음에도 예수님은 그의 집으로 들어가십니다. 그날 자캐오의 집은 환대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집에 구원이 내렸다.”(루카 19,9)


사랑은 문을 여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사랑은 구체적인 실천입니다. 숟가락 하나를 더 꺼내는 손길이며, 조금 옆으로 당겨 앉는 몸짓입니다. 봄꽃의 향기가 담장을 넘듯, 가족이 혈연이라는 담장을 훌쩍 넘기를 바랍니다. 우리 집 식탁이 자캐오의 집처럼 환대의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꽃으로 피어나는 봄날의 풍경이기를 바랍니다.



글 _ 김정은 클라라(가족인문학연구소 공동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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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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