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이하 국회 기후특위)의 임기 만료를 열흘 앞두고, 국회 본관 앞에서 국회 기후특위에 계류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민사회단체 연대 기구인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서왕진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한 기자회견에는 이례적으로 100여 명의 청소년들이 시민들과 함께 법률 개정 촉구의 목소리를 높였다.
2024년 8월,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이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올해 2월까지 관련 법률의 개정을 마무리해야 했으나, “법 개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5월 내 개정할 것을 약속했다.
300여 시민대표단과 미래세대 대표단이 참여한 공론화 결과, 대표단은 글로벌 평균 수준 이상의 감축목표 설정, 감축 부담을 미래에 전가하지 않는 조기 감축 경로 설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감축목표 강화를 요구하는 시민 공론화의 결과가 발표되었음에도 정치권의 무관심과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국회가 5월 말 약속했던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은 결국 무산되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의힘은 ‘공론화가 편향되었다’, ‘산업계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공론화 결과의 의미를 훼손하고 법안 통과를 결사적으로 방해했다”고 밝히고, 정부 또한 “제적 기준이 없어 탄소 예산 도입이 어렵다거나 ‘아직 부처 간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관련 법률의 심사권을 가진 국회 기후특위가 5월 말 해산하면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논의는 하반기에 새롭게 구성될 국회 기후특위에 넘어갔다. 문제는 하반기 국회 기후특위에 참여할 위원들이 달라질 경우, 그동안 진행해 왔던 개정 논의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반기 국회에서도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한반도의 우리 또한 이른 폭염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벌써 온열질환자가 네 배 이상 늘었다. 노동자와 농민, 고령층 인구와 취약한 주거 조건에 놓인 도시빈민들에게는 더 혹독한 여름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빠르고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함으로써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를 골자로 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산업계의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 때문에 지연된다면 경제적 피해와 함께 노동자, 농민, 빈민과 다음 세대가 져야 할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공론화를 통한 시민들의 요구를 하루빨리 이행해야 할 이유다.
글 _ 민정희(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