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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무료급식소가 흔들린다①] ‘고공행진’ 물가로 운영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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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를 메워 온 무료급식소들이 이제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물가 상승과 후원 감소, 푸드뱅크 기부 축소가 겹치면서 따뜻한 한 끼를 이어 온 현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장기간 무료급식을 이어 온 청주교구 ‘성 빈첸시오의 집’과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 사례를 통해 무료급식소가 처한 현실을 전하고, 청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 연구소장 김성우(이사악) 신부와 함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치솟는 물가에 후원 줄어


“고기 등 식자재가 채워져 있어야 할 공간인데 지금은 이렇게 아무것도 없어요. 다 비어 있어요.”


5월 26일 청주시 수동. 청주교구 관할 무료급식소인 ‘성 빈첸시오의 집’을 담당하는 박경숙(루치아) 사무장은 텅 빈 냉장고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창고와 냉장고에 남은 식자재는 한쪽에 놓인 쌀 포대뿐이었다.


1991년 문을 연 성 빈첸시오의 집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100여 명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운영비는 몇 년째 그대로인 반면 식자재 값은 계속 오르고, 개인 후원도 줄고 있다. 현재는 매월 20여 명이 보내오는 3000~5000원의 후원금과 청주교구 내 본당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의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지역 푸드뱅크의 도움마저 끊기면서 라면, 빵, 떡 등 부식 나눔도 축소됐다. 급식소 이용자들에게 부식은 단순한 간식이 아닌 한 끼다. 박 사무장은 “부식만이라도 마음 편히 드릴 수 있으면 한다”고 했다.



2024년까지는 교구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산하 간병사 협의회의 수익을 예산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이 개인에게 이관되면서 고정 수입마저 끊겼다.


그럼에도 문을 닫을 수 없다. 홀로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노인과 한 끼 식사비가 버거운 이들, 이주노동자와 취업 준비생까지 이곳을 찾기 때문이다. 급식소에서 만난 장기순 씨는 “여기서는 다들 배려해 줘서 좋고, 먹고 나오면 든든하다”고 말했다.


성 빈첸시오의 집은 식사 나눔 외에도 매월 첫째 주 화요일 이미용 봉사를 이어 오고, 비정기적으로 옷 나눔도 해 왔다. 지난 35년간 이곳을 이용한 사람을 100만 명이 넘는다. 2023년 12월에는 이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20여 명의 정기 봉사자가 식사 준비와 배식을 맡고 있지만, 대부분 고령이라 젊은 세대의 참여도 절실하다. 오인근(마태오) 봉사자는 “은퇴하신 분들이 주로 봉사하고 있어, 뒤이을 젊은 봉사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래도 채워진다는 희망


운영난은 성 빈첸시오의 집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 영등포동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도 주 5회, 하루 400여 명에게 점심을 제공해 왔지만, 최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 없이 민간 후원만으로 30년 넘게 운영돼 온 곳이다.


특히 쌀이 부족해 수년 만에 처음으로 영등포구청에 정부미 10kg들이 150포대를 신청했다. 토마스의 집에서 31년째 봉사 중인 박경옥(데레사) 총무는 “물가가 오르기 전과 비교하면 식재료 단가가 30는 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마스의 집은 우선 식사 뒤 나누던 라면, 과일, 커피 등의 부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비용만 하루 약 80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식을 줄이면 누군가는 한 끼를 거르게 된다.


어려움 속에서도 토마스의 집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박 총무는 “힘든 시기를 겪을 때마다 얼굴 없는 천사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며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일이기에 결국 다 채워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성 빈첸시오의 집에는 ‘우리 식탁에는 항상 한 사람의 몫이 더 있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 한 사람의 몫이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도록, 가장 낮은 곳으로 전해지는 사랑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 후원 계좌 농협 351-0365-2137-03 빈첸시오청주이사회, SC제일은행 376-20-266225 김종국 토마스의집
※ 문의 043-252-7820 청주교구 성 빈첸시오의 집, 02-2672-1004 서울 영등포 토마스의 집



[인터뷰] 청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 연구소장 김성우 신부 “체계적 연대로 지속 가능한 나눔 모델 구축해야”

- 무료급식소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대부분 후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외부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영업을 중심으로 서민경제의 상황이 좋지 않아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자원봉사자와 후원자의 고령화도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30~40대 봉사는 현저히 줄어든 상황이고, 후원 역시 소위 ‘트렌디’한 사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체계적인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회 안팎의 연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재단법인 바보의나눔과 같은 기관·단체 등과 공동 사업을 수행하거나, 지자체와 교구가 업무협약(MOU) 등의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면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 현재 정부나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무료급식 사업은 주로 아동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노인의 경우 복지관과 연계한 ‘경로식당’ 사업이 이뤄지고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중장년층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다. 지역 종합사회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층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용자 선정과 안정적 지원을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면. 독일에 ‘타펠(Tafel)’이라는 민간 푸드뱅크 시스템이 있다.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포장이 불량해 버려지는 식료품을 수거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제도다. 타펠은 비영리법인으로 전국 지부가 유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푸드뱅크와 달리 민간 기부와 후원만으로 운영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교구 카리타스가 운영하고 있는 홈리스 지원 시설 ‘반창고 쉼터(Pflasterstube)’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반창고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이곳은 주로 노숙인이 진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식사와 세탁·샤워 공간도 지원한다. 생필품 지급과 사회 복귀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개별 시설 차원을 넘어 교구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한국교회의 특성에 맞는 모델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왜 무료급식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에서 “교회의 사회복지는 ‘지금,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주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31항 참조)고 강조했다.  여러 이유로 무료급식소를 찾는 이웃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지금 따뜻한 밥 한 그릇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한 끼를 통해 자신이 사회로부터 외면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무료급식소는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자를 발굴하는 중요한 역할도 할 수 있다. 

이호재 기자 ho@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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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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