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WYD에 웬 철조망?”
저는 WYD 조직위원회에서 행사총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교황님 오시는 본대회의 메인 행사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요즘 주일마다 한 가지 일이 더 생겼습니다. 다름 아닌 신자분들과 망치질하기, 철조망으로 십자가를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 민족 분단의 상징이자 갈등과 분열의 상징이었던 철조망으로 치유와 부활 그리고 평화의 상징인 십자가를 만드는 일명 ‘철조망 십자가 프로젝트’입니다.
“손을 펴라”
철조망으로 어떻게 십자가를 만들까요? 휴전선 철책으로 사용되었다 사용기간이 만료되어 폐기된 철조망을 미리 70cm 단위로 잘라놓았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가시 돋친 철조망을 망치로 퉁퉁퉁~ 내려칩니다. 그러면 철사를 감싸고 있던 날카로운 가시는 벗겨지고 가운데 심지(철사)가 쏘옥~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철사를 수백수천 개를 모아 커다란 십자가를 만들고 그렇게 만든 십자가는 WYD 메인 행사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철조망은 철사와 가시가 결합된 아주 질기고 날카로운 흉기와 같은 물건입니다. 그 날카로운 가시를 펴내고 벗겨내는 일. 그래서 이 행사의 모토와 문구가 ‘손을 펴라’(루카6,10)입니다. 철사를 펴고 가시를 펴고 남북 간에 갈라졌던 관계를 펴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쥐었던 분노의 주먹을 펴고 마음과 얼굴, 관계를 펴고…. 그래서 WYD에 참가하는 우리 청년들 모두가 가슴을 펴고 날개를 펴기를 바라며 이 철조망 십자가 행사를 진행합니다.
어린아이에서 큰 형님으로
이 철조망 십자가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한 신자분의 아이디어와 후원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철조망을 망치로 두드리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인 철조망을 녹이고 붙여서 136개의 소형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
136개? 2021년-1953년=68년. 남북을 갈라놓았던 68년의 세월, 남과 북을 합쳐야 하니 68년X2=136년이라는 분단의 시간적인 의미를 담아 136개의 십자가가 탄생했습니다. 그 십자가들은 주교좌명동대성당과 서울대교구를 넘어 대통령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도 전달되었고 분단과 갈등의 상징으로 만든 십자가에 교황님도 매우 기쁘게 화답하셨습니다.
이제는 그 십자가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철조망을 망치로 두드리고 해체하여 WYD 대회 정신인 평화의 주제를 담아 약 5m의 대형 십자가로 다시 세워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우리만의 K-WYD 상징물
지난 3월에 말씀드렸던 WYD 상징물 순례 이야기처럼 WYD는 교황님이 내려주신 WYD 십자가와 성모님 이콘이라는 고유한 상징물이 있습니다. 그 상징물들은 WYD 메인 행사 제단에 올라 대회를 상징하고 순례자들의 영적인 동반자로 함께합니다. 그 상징물에 추가로 우리만의, K-WYD만의 상징물이 함께하면 어떨까요?
1984년 103위 성인 시성식, 1989년 서울 세계성체대회, 2014년 광화문 시복식 등의 행사를 치르며 그 행사만의 고유한 보물(?)들이 우리 교회 안에 거룩한 유산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교황님이 사용하신 제대와 의자 그리고 제대 위 올려진 십자가와 제구와 성물들이 행사의 역사적 증인으로 그날의 그 거룩한 시간을 증언합니다.
이번 WYD도 예외가 되면 안 되겠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면서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지금도 전쟁 중인 국가 대한민국만의 가슴 아프면서 희망적인 이야기가 담긴 상징물을 지금 우리 신자분들의 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만의 십자가 우리가 함께 만들어요
신자분들의 참여로 십자가는 오늘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4월부터 내년 4월 4일까지 1년 동안 진행 ▶장소는 명동대성당 마당 철조망 십자가 부스 ▶운영시간은 매 주일 1시~3시 ▶중학생부터 참여 가능 & 현장 접수 가능 ▶본당 단체 또는 다수의 인원일 경우 WYD 홈페이지의 철조망 십자가 참가신청서 통해 이메일로 사전에 접수하면 대기 없이 참가 가능 ▶참가 후 예쁜 포토 프레임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귀여운 십자가 모양 굿즈도 받아가세요~!
▶문의 events@wydseoul.org
▶사전접수 바로가기
글 _ 김윤욱 루카 신부(2027 서울 WYD 조직위원회 영성구현본부 행사총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