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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무슨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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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연재 여정 중 마지막에서 두 번째 글을 그리스의 작은 호텔에서 쓰고 있어요. 이번 여정은 좀 이상했어요. 처음부터 삐거덕했어요. 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추어 공항에 도착한 아침, 캐리어 손잡이가 말을 듣지 않네요. 전날 밤엔 멀쩡했거든요. 결국 공항에서 가방을 새로 사서 짐을 옮겨야 했어요. 당황한 제게 가게 주인은 괜찮다고, 가방을 택배로 보내준다고 하네요. 그이 덕분에 안심하고 비행기를 탔어요.


로마 공항에 내려 아테네 행으로 갈아타야 할 차례. 서둘러 게이트 앞에 가 앉았습니다. 전날 밤에 수많은 일들을 마무리하느라 잠이 부족했기에 얼른 쉬고 싶었거든요. 출발시간이 되어 티켓을 가지고 나가니, 아뿔싸, 항공사가 다르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간에 출발하는 다른 항공사라고 하네요.


더듬어 생각하니 처음 티켓을 예매할 때 정해진 항공사가 발권 과정에서 바뀐 것 같아요. 공항에서 그 얘기를 해주지 않았고 저는 종이로 출력한 티켓에서 본 걸로 기억하고는 비슷한 시간대 다른 항공사 앞에서 기다렸던 거지요. 밤은 이미 늦었고 마지막 비행기는 떠나고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당황한 제게 한 여성이 말을 걸었어요. ‘무슨 일이에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간발의 차이로 비행기를 타지 못한 모녀 중 딸이었는데, 엄마가 뭐라고 재촉해도 그 젊은 여성은 침착하게 제게 안내를 해줍니다. 가장 빠른 시간대의 비행기를 온라인으로 예매하고 공항에서 기다리라고요. 그녀는 총총히 떠나고 저는 새벽 비행기를 예매하고 기다렸지요.


해외를 셀 수 없이 다녔지만 공항에서 새우잠을 잔 건 또 처음이네요. 혼자 생각했어요. 이번 여행은 왜 이렇게 꼬이지?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제게는 두 천사가 있었네요. 인천공항에서 가방을 택배로 보내준다는 분은 당연한 서비스라고 말했지만 ‘아유 그럴 수 있어요, 많은 분들이 그래요’라며 저를 안심시켰고요. 늦은 밤에 비행기를 어이없이 놓치고 당황한 제게 다음 할 일을 알려준 천사는 ‘여권과 지갑과 전화기만 있으면 괜찮아요’하며 웃네요.


첫 비행기를 타러 가며 새벽에 아름다운 일출을 본 것은 덤으로 받은 선물이고요. 저는 생각했어요. 앞으로 누군가에게 나도 작은 친절로 천사되기를 해봐야겠다고. 누군가 어이없는 실수로 아파할 때, 어떤 불운으로 당황할 때,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 주자고. 괜찮다고 다독이자고. 길 잃은 낯선 이에게 찬찬히 다가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 주는 수많은 보통의 천사들. 저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누군가에게 친절하자고요.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에요?’ 말을 걸어 주는 일, 방향을 가르쳐 주는 일,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옆을 돌아보세요. 그게 천사되기의 출발입니다. 함께 하실 분, 여기, 손 얹으세요!



글 _ 정은귀 스테파니아(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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