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서로를 향해 품은 불신과 적대감이 굳어지고 있다. 대화는 막히고 만남은 끊겼다. 불신과 적대의 언어는 어느새 일상처럼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이 서로 다른 두 국가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현실도 깊이 우려스럽다.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전쟁을 통해 우리는 무기가 두려움만 키울 뿐, 결코 평화를 낳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올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김선태 주교는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를 호소했다. 이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적대감을 낮추며, 가장 기본적인 인도주의 문제부터 마주하자는 요청이다. 경기도 파주에 묻힌 북한군 유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자는 제안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념과 정치가 가로막은 자리에 인간의 아픔을 먼저 어루만지는 것, 그것이 화해의 첫걸음이다.
최근 주교단이 판문점을 찾아 북녘을 향해 강복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한 일은 교회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평화는 정치적 계산을 넘어선 복음의 명령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교황청 방문 중 ‘평화와 연대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해 한반도 평화의 희망을 말하며, 불신에는 신뢰를, 분열에는 연대를 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 우리가 마음을 모을 차례다. 평화를 위한 기도가 지금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남북의 닫힌 마음이 열리고 대화의 물꼬가 다시 트이도록 간절히 기도하자. 우리의 기도는 무기보다 약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움을 내려놓게 하고 평화를 향해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결국 기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