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핵발전소저지 전국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6월 1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경북 영덕군 신규 핵발전소 2기 및 부산 기장군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부지선정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결과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한수원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17일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을 각각 신규 핵발전소 2기와 SMR 1기 건설 부지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비상행동은 “이번 결정이 주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된 밀실 부지선정이자, 특정 지역에 핵발전소를 집중시키는 전형적인 에너지 식민지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정부의 신규 핵발전소 확대 정책 폐기와 함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탈핵과 정의로운 재생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전면 재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안재훈 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전력 소비의 대부분이 수도권과 대기업에 집중된 반면 원전과 핵폐기물, 송전선로로 인한 위험과 부담은 지방과 지역 주민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신규 핵발전소는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지선정 지역 주민의 발언도 이어졌다. 최인엽 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작년 초대형 산불 피해로 주민들의 삶을 재건하기 위한 정부의 종합 대책이 실행되기도 전에 지역 정치권은 또다시 ‘신규 핵발전소 유치’라는 허황된 경제적 신기루에 매몰되어 폭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상현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현 정부가 애초에 약속했던 사회대개혁이라는 과제에 역행하는 흐름”이라며 “데이터센터, 중동발 에너지 위기 극복으로 포장해도 핵발전이 과거의 유물이자 지역을 파먹는 발전원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상행동은 “주민 동의 없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결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전국 시민사회와 함께 끝까지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한수원의 신규 핵발전소 부지선정 계획서를 인쇄한 종이를 일제히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이를 항의 서한문에 동봉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한수원의 신규핵발전소 밀실 부지선정 결정 규탄한다!
영덕군 신규 핵발전소 2기·기장군 SMR 1기 부지선정 즉각 철회하라! 6월 17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신규핵발전소 부지선정위원회가 영덕군을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 부지로, 기장군을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 부지로 선정했다. 우리는 이번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밀실 부지선정 결과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부지선정이 아니다.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을 주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무책임한 행정의 전형이다. 특히 스스로를 민주·진보 정부라 자임하는 현 정부가 지역발전과 지원이라는 사탕발린 약속으로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한 모습은 결국 지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독사과를 내민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선정 결과를 발표하며 한수원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국가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세대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우리 위원회는 산업 생태계를 지탱할 기저 전원으로서의 역할과 지역 상생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적의 입지를 찾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번지르르한 수사 뒤에는 특정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며 이를 정당화하려는 핵발전의 부정의가 숨겨져 있다.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신규핵발전에 대한 핵심 쟁점들에 대해서는 정부는 어떠한 해명도, 사회적 합의도 제시하지 못한 채 원자력사업자인 한수원이 부지선정을 강행한 것이다. 이번 신규 핵발전소 부지선정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제기한 ▲부풀려진 전력수요 전망과 핵발전소 입지의 불일치 ▲재생에너지 확대와 핵발전 확대의 충돌 ▲신규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 ▲사용후핵연료와 핵폐기물 처분 문제 ▲동해안 핵발전소 과밀화에 따른 안전성 문제 등 5대 쟁점에 대해 정부는 제대로 된 답을 끝내 내놓지 않았다. 특히 이번 결정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핵발전소 밀집지역인 경북 동해안에 또다시 핵발전소를 집중시키는 것이다. 이는 수도권과 대도시의 전력 소비를 위해 영남 동해안 지역 주민들에게 위험을 떠넘기고, 지역의 미래 발전 가능성마저 제약하는 전형적인 에너지 식민지 정책이다. 신규핵발전소 2기의 부지로 선정된 영덕군은 과거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신규 핵발전소 예정구역에서 해제된 바 있다. 주민들의 명확한 반대 의사가 존재했던 지역에서 충분한 설명이나 논의도 없이 지역사회 소수 기득권의 입맛에 맞춰 유치신청이 이뤄지고 부지선정까지 강행된 것이다. 기장의 SMR 부지선정 역시 300만 명 이상의 인구 밀집지역에 안전성과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실증로를 건설함으로써 인근 주민들을 사실상 실험대상으로 삼겠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나 분명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이번 부지선정이 곧 핵발전소 건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예정구역 지정·고시를 비롯해 건설허가와 각종 인허가 절차 등 수많은 행정 절차가 남아 있다. 주민들의 실질적인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실종된 핵발전소 건설은 필연적으로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이번 부지선정 결정만으로 건설이 기정사실화될 수는 없다. 실제로 과거 삼척과 영덕에서는 주민들의 힘으로 신규 핵발전소 계획이 백지화된 바가 있다. 우리는 이번에도 영덕, 기장 주민들과 함께 핵발전소 건설 저지를 위한 투쟁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다. 한수원은 주민들을 배제한 채 강행한 밀실 부지선정 결과를 즉각 철회하라. 특정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한 에너지 식민지 정책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더 이상 용인될 수도 없다. 아울러 정부는 신규 핵발전소와 SMR 확대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탈핵을 원칙으로 안전하고 정의로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정책 수립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26년 6월 19일
신규핵발전소저지 전국비상행동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