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고…. 감각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통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감각은 단순히 신체의 기능을 넘어 이웃과 세상과 관계를 맺게 해줍니다. 그런데 우리 신앙에도 감각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부들은 「교회헌장」에서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은 또한 그리스도의 예언자직에도 참여한다”며 모든 신자에게 ‘초자연적 신앙 감각’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 신앙 감각은 성직자만이 아니라 평신도 역시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12항, 35항 참조)
신앙 감각은 ‘무엇이 참으로 하느님의 것인지’를 식별하도록 해주는 감각입니다. 교회는 세례를 통해 성령의 도유를 받은 모든 신자가 이 신앙 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하느님 백성 전체는 ‘믿음에서 오류를 범할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주교부터 마지막 평신도에 이르기까지 신앙과 도덕 문제에 관하여 보편적인 동의를 보일 때” 신앙 감각의 도움으로 우리 신앙을 온전히 지키고, 깨닫고, 우리 생활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교회헌장」 12항)
물론 공의회 이전에 신앙 감각이 없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교회는 초기부터 성령께서 하느님 백성 전체를 이끄시며, 사도들에게서 받은 신앙을 교회 안에서 보존하고 고백하게 하신다고 믿어 왔습니다. 성령 안에서 사도적 신앙을 식별하고 지켜 가기 위한 시노드의 전통도 이런 믿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최근 교회가 강조하는 시노달리타스도 이 신앙 감각과 깊이 연결되는 것이지요.
하느님 백성의 ‘보편적인 동의’라고 하니 마치 ‘더 많은 신자의 의견이 정답’이라는 다수결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하지만 신앙 감각을 단순히 신자 다수의 의견으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성경에서도 신앙을 올바로 실천한 이들이 다수보다는 소수인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신앙 감각은 ‘신앙’에 관한 일입니다. 신앙 없이 나온 의견을 신앙 감각에서 나왔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신앙 감각은 교도권과도 상충하지 않는데요. 교회는 “진리의 성령께서 일깨워 주시고 지탱하여 주시는 저 신앙 감각으로 하느님의 백성은 거룩한 교도권의 인도를 받는다”고 가르칩니다.(「교회헌장」 12항)
우리 각자에게 있는 신앙 감각은 ‘믿음의 본능’이라고도 합니다. 머리로는 하느님의 뜻을 알기 어려울 때 본능처럼 하느님의 뜻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요. ‘본능’, ‘육감’과도 같은 감각이다 보니 평소엔 신앙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잠들어 있는 나의 신앙 감각, 어떻게 깨울 수 있을까요?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는 “‘개별 신자의 신앙 감각’은 삶의 성화 수준에 달려 있는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애덕의 증진”을 강조합니다. 사랑을 실천하는 신앙의 습관이 신앙 감각을 길러준다는 것이지요. 끊임없는 기도와 전례 참여, 고해성사, 교회의 사명과 봉사에 참여하는 등의 교회생활도 신앙 감각을 끌어올리는 좋은 방법입니다.(「교회 생활에서의 신앙 감각」 57항, 89항 참조)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