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중창단에는 또래 청년들과 달리 인간관계에서 고립된 친구들이 많습니다. 프랑스 공연을 통해 단원들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했으면 합니다. 음악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활동의 목적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고립의 자리에서 한 걸음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성악가 최윤성(프란치스코·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씨는 2024년 자립준비청년들로 구성된 서울시 꿈나무마을 남성중창단 ‘라르고(Largo)’를 창단해 이끌고 있다. ‘라르고’는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이 주관한 한·불 수교 140주년 ‘프랑스 내 한국 행사’ 공모에 선정돼 오는 8월 17일과 19일 프랑스 현지 공연을 앞두고 있다.
최 씨가 이들과 중창단을 꾸린 건 노래를 통해 청년들이 은둔과 고립의 울타리를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마음만 먹으면 성악 전공자들과 함께 제법 수준 높은 중창단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2022년경 지인을 통해 당시 예수회 기쁨나눔재단이 운영하던 ‘꿈나무마을’을 알게 됐고, 이전에도 재능기부 활동 경험이 있던 최 씨는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중창단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최 씨는 “자립준비청년 중에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으로 사회성이 낮거나, 경계선 지능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다”며 “어린 시절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시설에 오게 된 단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래 청년들과 ‘출발선’부터 달랐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청년들이 처음에는 제 지휘는커녕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어요. 자기들끼리 자주 다투기도 했지요. 사회생활이라고는 이 중창단 활동이 거의 유일한 청년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청년들과 함께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 씨는 그 모든 시간이 단원들에게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잘되지 않는 노래를 반복해 연습하는 것, ‘나는’ 잘 부르는데 옆 사람이 따라오지 못해 연습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을 견디는 것, 그 안에서 인내심을 기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단원들은 2년 사이 집중력이 높아졌고, 여러 무대에 서며 자신감도 키웠다.
물론 공연장 섭외부터 항공료와 체류비까지,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마련하는 일은 모두 중창단의 몫이었다. 최 씨는 “단원들은 ‘우리가 프랑스에서 공연한다’며 크게 기뻐했다”면서도 “경비 문제 때문에 중창단 공연이든 제 개인 공연이든 가리지 않고 관객들에게 우리의 사정을 알려야 했다”고 전했다. 이미 중창단 운영에도 최 씨의 자비가 적지 않게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꿈나무마을 자립준비청년 한 명을 후원해 오던 재단법인 진선재단이 손을 내밀었다. 재단은 공연 취지에 공감해 후원금 모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 공연 경비를 우선 지원했다. 동료 성악가들도 프랑스 공연에 함께하며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다. 최 씨는 “주변의 도움 덕분에 뜻깊은 행사를 준비하게 된 만큼, ‘공연다운 공연을 하자’고 단원들을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를 맺기까지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의 희생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단원들에게도 우리가 ‘문화 선교사’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