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은 7월 3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국내 언론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교회와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한 교황청의 입장과 메시지를 전했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과 이재명 대통령의 만남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와 교황의 방북 가능성,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준비 상황, 전 세계적인 성직자 감소 문제, 청년 사목 활성화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교황, “대통령과 좋은 만남...한국 신자들에게 축복 전해달라”
유 추기경은 6월 26일부터 27일까지 열린 세계 추기경 특별회의 중 교황과 나눈 대화를 소개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에 대한 교황의 소회를 전했다. 유 추기경에 따르면, 교황은 "대통령님과 아주 편안하고 자유롭게 좋은 만남의 시간을 가져서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 추기경은 한국 신자들을 향한 교황의 각별한 당부를 덧붙였다. 유 추기경은 “교황님께서 한국에 가면 만나는 모든 분에게 당신의 인사를 전해 달라고 하셨다”며 “특히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 봉헌 등 기회가 있을 때 꼭 마지막에 교황의 축복을 대신 전해달라 하셨다”고 밝혔다. 또 교황이 자신의 직무 수행을 위해 신자들의 기도를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평화와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교황님께 ‘남과 북을 위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큰일을 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더니, 교황님께서 ‘나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답하셨다”고 소개했다. 유 추기경은 이를 두고 교황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방북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의 자세에 달려있다”며 북미 관계 등의 영향과 함께 실질적인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추기경은 현재 북한에 개신교 목사와 불교 스님, 러시아정교회 사제는 있지만 가톨릭교회 성직자는 상주하지 않는 현실을 언급하며, 적어도 사제가 상주해 북한 내 신자들과 외교관들의 신앙생활을 도울 수 있다면 방북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인 추기경 추가 서임 요청… “시기적으로 적절한 제안”
이재명 대통령이 교황과의 면담에서 한국교회의 현직 추기경 추가 임명을 요청한 것을 두고 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유 추기경은 이에 대해 기대를 밝혔다. 유 추기경은 “추기경은 교황의 직무 수행을 돕는 특별 자문위원으로, 임명은 전적으로 교황님의 마음에 달린 일”이라며 교황의 고유 권한임을 짚었다.
아울러 서울 WYD라는 큰 행사를 앞둔 만큼 한국에 현직 추기경이 더 임명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실제 서임 여부와 시기는 전적으로 교황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의 위상과 관련해서는 순교자들의 영성을 중요한 자산으로 꼽았다. 유 추기경은 교황청 안에서도 한국교회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졌다며, 한국교회가 순교 신앙의 아름다움과 복음의 힘을 세계교회에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7 서울 WYD “시노드 정신으로 준비해야”
가난한 나라 참가자 비자 문제 해결에 정부·지자체 협력 당부
2027 서울 WYD에 대해 유 추기경은 “교황청과 한국교회가 긴밀히 대화하며 차근차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함께 걸어가는 교회’ 곧 시노드 정신을 토대로 대화와 참여 속에서 대회가 준비되기를 희망한다는 뜻도 밝혔다.
성공적인 대회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실질적인 협력도 당부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의 청년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겪는 비자 발급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유 추기경은 “경제적인 기준으로 문을 열고 닫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나라 청년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해당국 주교의 확인 증명서가 있다면 비자가 원활히 발급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포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사회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홈스테이 활성화도 제안했다. 유 추기경은 젊은이들이 홈스테이를 통해 한국인의 환대와 사랑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삶의 가치관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직자 감소 문제 직시… “복음으로 돌아가 성직자가 모범 보여야”
전 세계적인 사제 성소 급감과 고령화 문제에 대해 유 추기경은 사제 부족으로 세계 곳곳에서 본당 통폐합이 이뤄지는 현실을 설명하며, 성소 감소를 교회가 당면한 “총체적인 어려움”으로 진단했다.
유 추기경은 “우리 추기경, 주교, 신부, 수녀가 정말 올바로 복음대로 살며 복음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삶으로 증거한다면 젊은이들의 사제 성소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결국 가정과 공동체가 함께 복음을 살고 사랑을 실천할 때 비로소 하느님의 선물로서 성소가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말씀을 살면 말씀은 이웃으로 나가도록 돼 있다”며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2)라는 계명을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때 성소의 밑바탕도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 세대의 탈종교화와 종교 불신 현상에 대해 유 추기경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젊은이를 떠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청년이 성당에 왔을 때 곧바로 봉사나 역할을 맡길 생각부터 하기보다, 먼저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추기경은 “젊은이들에게는 증거만이 통한다”며 말보다 구체적인 삶의 증거가 청년들에게 더 깊이 다가간다고 강조했다.

7월 한달 간 미사·특강 등으로 한국교회 신자들과 만남
한편, 1년 만에 한국을 찾은 유 추기경은 국내에 머무는 동안 신자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7월 5일에는 대전교구 솔뫼성지를 찾아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축일 미사’를 봉헌한다.
이어 7월 18일 오후 2시 명동대성당 코스트홀에서 가톨릭출판사 주관으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전하는 두 교황 이야기’ 특별 강연회를 연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레오 14세 교황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해 온 생생한 증언을 통해 두 교황의 신앙과 삶을 나눌 계획이다. 오는 7월 31일 출국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