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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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민화위, 제23기 청년도보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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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을 향하여 젊은이답게 함께 걸어가자, 우리 모두 함께. 지금 우리가 걷는 이 길은 우리 성조들의 고통과 영광의 길.”

“한 걸음 한 걸음 주님께 봉헌하오니 우리 마음 모아, 주님께 외치자. 오 주님 제 소리를 들으소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교구 청년들이 순례길 위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기도했다. 발걸음마다 순교 신앙을 되새기고, 서로를 부축하며 걷는 여정 안에서 공동체의 의미도 성찰했다.

 7박 8일간 천진암·미리내 등 교구 내 6개 성지 순례

교구 사회복음화국 민족화해위원회(이하 민화위)는 7월 4일부터 11일까지 ‘제23기 청년도보성지순례’를 개최했다. ‘주님, 제 소리를 들으소서’(시편 130,2)를 주제로 마련된 순례에는 봉사자 26명을 포함해 86명의 청년이 참가했다. 

도보순례는 교구청에서 시작해 천진암·어농·단내성가정·은이·미리내·요당리성지 등 교구 내 6개 성지를 순례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순례단은 태극기와 교구기, 도보순례단기를 앞세우고 길을 나섰으며, 여정 중 10여 개 성당도 경유하며 정의와 평화, 사랑을 위해 기도했다.

7월 4일 교구청 지하 대강의실에서 봉헌된 발대미사에서 허현 신부는 “도보순례는 불편함의 연속이지만, 순례 마지막 날에는 그 안에서 분명한 체험이 있을 것”이라며 “안전사고에 유의하면서도 도보순례의 불편함을 오히려 즐기고 기쁨으로 승화시킬 때 순례는 바람직한 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순례 여정에는 허현 신부를 비롯한 사제 2명이 함께했다. 사제들은 휴식 시간마다 청년들에게 고해성사를 주고 신앙 상담을 하며 순례길을 동행했다. 봉사자들도 순례단을 총지휘하는 캡틴 박범진(토마스 아퀴나스·제2대리구 이천본당)씨를 중심으로 시설, 의료, 생활 지원 등을 맡아 청년들이 안전하게 순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순교 신앙 따라 걸으며 한반도 평화를 묵상하다

도보순례는 시복시성 추진과 교구 성지 개발의 일환으로 2001년 시작됐다. 교구 청년들은 신앙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그 걸음을 주님께 봉헌해 왔다. 순례는 신앙 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본받아 교회 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젊은 신앙인을 양성하려는 취지로 시작됐고, 이후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염원이 더해지며 민족화해를 위한 기도의 여정으로 의미를 넓혔다.

청년들은 서울에서 평양까지의 거리인 약 230㎞를 걸으며 평화통일의 필요성을 되새기고 순교 영성을 체득해 왔다. 올해도 교구 내 성지와 성당을 순례하며 순교 신앙과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함께 묵상했다.

첫째 날인 7월 4일 오후 청년들은 천진암성지에 도착해 한국천주교회 창립사 연구소 소장 백정현(요셉) 신부로부터 성지 설명을 들었다. 백 신부는 “토빗기의 주인공 토비야가 순례길을 걸을 때 라파엘 천사가 길잡이 역할을 했다”며 “도보순례 중 힘들 때는 라파엘 천사에게 의탁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낙담하고 절망해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함께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힘들 때 그 말씀을 기억하며 도보순례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1779년 이곳 천진암성지에서 한국천주교회를 태동시킨 광암 이벽 등은 여러분처럼 20대 안팎의 젊은 평신도였다”며 “여러분도 그분들처럼 사회를 변혁시키고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데 보탬이 돼 달라”고 전했다.

둘째 날에는 곤지암성당 지하 사랑방에 여장을 푼 순례단을 위해 북향민 음악 공연과 토크 콘서트가 마련됐다. 민화위가 주관한 이 시간은 청년들이 남북한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한반도 평화를 신앙 안에서 성찰하도록 돕기 위해 준비됐다.

허 신부는 토크 콘서트에서 박해 시대 일본 나가사키 지역에서 신앙을 지킨 ‘잠복 그리스도인’을 예로 들며 “남북이 갈라진 지 80여 년이 지났지만, 평양 등 북한에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화위 도보순례에는 평화통일로 서울에서 평양까지 길이 열리면 북녘으로 달려가 사목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기도와 동행으로 완성한 순례…이제 평화의 일꾼으로

순례단이 경유지와 중간 목적지에 이를 때마다 청년들은 함께 구호를 외치며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모습을 보였다. 거점에 먼저 도착한 봉사자들은 주제가 <주님 제 소리를 들으소서>를 준비해 순례단과 신자들을 맞이했다.

7박 8일 동안 이어진 여정은 청년들에게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러나 길 위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기쁨은 고통을 이겨 내는 힘이 됐다. 지친 동료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시간은 신앙 공동체가 무엇인지 몸으로 깨닫게 했다.

도보순례를 마친 청년들은 7월 11일 교구청으로 돌아와 교구장대리 곽진상(제르마노) 주교 주례로 파견미사를 봉헌했다. 순례단은 신앙 선조들의 순교 정신을 이어받아 교회와 사회 안에서 평화의 일꾼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교구는 장기 도보순례에 참여하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3박4일 일정의 단기 일정 도보순례도 마련한다. 단기 도보순례 신청은 7월 13일부터 31일까지이며, 만 19세 이상 45세 이하 청년 4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성기화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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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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