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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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치유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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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년 전, 시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장례를 치르고 일주일 만에 집에 왔는데, 긴장이 풀려서일까 머리가 아프고 가슴에 통증이 오면서 커다란 물체가 나를 덮쳤다. 그대로 어디론가 헤매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부른다. “엄마 살았어. 깨어났어. 깨어났다고.” 3일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중환자실에서 의식 없이 사경을 헤매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났단다. 말로만 듣고 뉴스에서만 봤던 뇌졸중, 무서움과 두려움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한 달 만에 집으로 왔다. 병원에서는 편하게 울지 못했던 울음을 집에 와서 가슴 찢어지게 울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싫었다. 입은 비뚤어졌고 양쪽 팔은 감각이 없었으며 다리 또한 절름발이가 되었다. 걷는 것도 불편했지만 손을 쓸 수가 없으니 밥 먹을 때가 정말 싫었다. 남편과 딸이 내가 먹을 수 있게 그릇에 덜어 놓으면 겨우 왼손으로 집어서 먹었다. 일그러진 입 모양의 나를 슬프게 비추는 거울도 치워버렸다. 둘이서 나를 웃게 하려고 아기 다루듯 애쓰는 모습에, 끝까지 곁을 지켜줄 가족이라 감사했다. 한 달 전의 내 모습은 어디로 가고 다른 사람이 내게 들어와서 이렇듯 야생의 한 송이 들꽃으로 살게 하나. 한동안 두문불출하며 집 안에서만 생활했다.

그러던 중 성당에서 다음 주부터 개강하는 성경통독에 나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하고 싶었지만 발음이 부정확해 자신이 없었다. 며칠을 생각하고 주님께 기도했다. ‘주님 남들처럼 성경을 또박또박 읽지는 못하겠지만 한 자라도 입에서 내뱉게 해 주세요.’ 4주 차까지는 한 글자도 뱉지 못하고 눈으로 읽고 마음속으로 말씀을 되새겼다.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지도하는 자매가 “오늘부터는 모니카도 통독을 해볼게요. 모두 신경 써 주세요”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서 울었다.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사랑으로 격려해 주던 자매들이 고마웠다.

주님 말씀을 읽다 보니 일 년이 지났고 우리는 성경을 완독했다. 서로를 부둥켜안고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던 그날 신부님께서 완독 수료증을 주시며 “모니카 자매는 통독을 다시 한번 해서 이번에는 자신 있게 주님 말씀을 또렷하게 읽으세요”라고 하셨다. 그렇게 성경통독을 다시 시작했다. 어눌했던 말은 조금씩 안정을 찾았지만, 팔은 여전히 감각이 없었다.

새벽이면 매일 성체조배를 갔다. 성체조배실에 들어서면 눈물부터 나왔다. ‘손이 있어도 밥도 스스로 못 먹고 사는데 이런 제 모습을 언제까지 보고만 계실 건가요. 주님, 이런 모습으로 살아온 날이 십 년이 됐어요. 성경필사도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어요.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하나요.’

성경통독 과정을 끝낸 어느 날, 성경필사 노트를 구입했다.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기도한 뒤 연필을 잡으려는데 무딘 손가락은 거부했다. 첫날에 몇 시간을 노력했지만 결국 안 됐다. 그 뒤로 매일 몇 시간씩 무딘 손으로 연필을 잡아보려 울면서 주님께 매달렸다. 무딘 손으로 성경필사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나 자신도 믿기 어려운 성경 완필을 해냈다. 15권의 성경 노트였다.

죽음의 문턱에서 내 몸을 살린 것은 의료진이었지만, 내 마음의 고통과 아픔은 나를 사랑하시는 영원한 치유의 하느님께서 낫게 하셨다고 믿는다. 긴 세월 속에서 분명 잃은 것도 있지만, 나는 오늘도 우리 주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살아있음에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살아간다. 아멘.

글_ 손명숙 모니카(인천교구 구월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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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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