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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예로니모’ 선종완 신부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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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성경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에 헌신했던 고(故)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 선종 50주기를 맞아 그의 업적과 영성을 새롭게 일깨우는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선 신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히브리어 성경 원전을 우리말로 옮겼을 뿐 아니라, 당시 성서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번역본에 충실히 담았다. 그는 천주교뿐만 아니라 개신교에서까지 ‘한국 최초의 근대적 성서학자’, 나아가 ‘동아시아의 예로니모’라 평가할 만한 선구자였다.

선 신부의 위대함은 학문적 성취에만 있지 않다. 그는 신자들이 하느님 말씀을 더 쉽게 읽고 깨닫도록 성경 번역에 온 힘을 쏟았고, 그 비용을 마련하려 메추라기를 기르고 밭을 일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동번역 성서 작업에도 참여해 교파의 벽을 넘어 말씀을 전하는 데 헌신했다. 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회를 설립한 까닭도 성경을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으로 실천하는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서였다. 그의 학문과 노동, 사목과 영성은 모두 말씀이라는 한 뿌리에서 자라났다.

우리는 그의 업적을 과거의 기념비로 기리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성경을 가까이하면서 그 가르침을 따르라는 그의 유지를 이어야 한다. 말씀이 우리의 판단과 선택의 기준이 되고 우리의 삶이 가난한 이웃을 향한 사랑과 겸손한 섬김으로 드러날 때, 성경은 비로소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인다.

선 신부가 평생 보여준 길은 분명하다. 말씀을 읽고, 배우고, 삶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그의 선종 50주기를 맞아 한국교회와 모든 신자는 말씀을 지식으로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피와 살이 되도록 새겨 복음의 증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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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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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사탕2026.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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