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값비싼 물건이 아니라 친환경 실천을 ‘플렉스(Flex)’할 때입니다. 내가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당당하게 보여줄수록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한성대학교 창의융합대학 교수로 12년간 후학을 양성하다 올해 초 정년 퇴임한 조성현(대건 안드레아·서울대교구 대흥동본당) 씨는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다회용 컵홀더 ‘에코홀더’를 직접 제작해 지인들에게 나누고 있다.
조 씨가 일회용 컵홀더에 주목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다. 집에서 음료를 마신 뒤 버리지 않고 모아 둔 컵홀더가 불과 며칠 만에 수북이 쌓이는 것을 보고 문제의식을 느꼈다.
조 씨는 “컵홀더 하나는 사소해 보이지만 많은 사람이 음료를 마실 때마다 반복해서 사용하면 상당한 양의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환경 보호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 작은 물건 하나를 다시 사용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회용품의 사용이 폐기물을 늘리고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이를 줄이는 실천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불편함’에서 찾았다. 그리고 이 불편을 덜기 위해 작고 가벼워 가방에 달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다회용 컵홀더를 구상했다.
에코홀더 구상에는 오랫동안 광고업계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광고대행사에서 공공 캠페인과 인식 개선 광고를 주로 제작해 온 조 씨는 TV와 신문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보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체험하는 방식이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에코홀더는 평소에는 열쇠고리(키링)처럼 가방에 달고 다니다가, 음료를 구입할 때 쉽게 꺼내 사용할 수 있다. 귀여운 장식품으로 가방을 꾸미는 최근 문화를 활용하되,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실용성과 환경적 의미를 함께 담았다.
조 씨는 에코홀더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강조하는 생태적 책임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앙적 가르침이 선언에만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에코홀더를 가방에 달고 다니는 모습 자체가 환경을 생각한다는 마음을 드러낼 수 있고, 이를 본 다른 사람의 관심과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에코홀더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홍보의 의미도 더했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 승인을 받아 공식 로고를 새긴 에코홀더를 제작한 것이다. 에코홀더를 가방에 달고 다니거나 사용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WYD를 알리는 ‘움직이는 홍보물’이 된 셈이다.
조 씨는 “에코홀더를 사용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직접 WYD를 알리는 홍보의 주체가 되는 것”이라며 “WYD가 끝난 뒤에도 해외 청년들이 고향에서 에코홀더를 계속 사용한다면 서울 WYD의 기억과 생태적 메시지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