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 중 ‘평화의 인사’ 시간에 종종 주위 분들과 타이밍이 맞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옆에 계신 한 분 정도만 인사를 나누고, 다른 분들의 뒷모습만 바라보다가 인사 시간이 끝나 난감한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서로에게 평화를 빌어주는 시간인데, 좀 더 시간을 길게 두고 더 많은 신자와 인사를 나누면 좋지 않을까요?
평화의 인사는 평화 예식의 한 부분입니다. 신부님께서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일찍이 사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하고 기도하는 부분,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라고 하며 평화를 기원하는 부분, “평화의 인사를 나누십시오” 하고 초대하는 부분에 이어 신자들은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이 평화 예식을 잘 살피면 우리가 ‘평화의 인사’로 나누는 평화가 그저 친근하게 나누는 인사나 인간적인 평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고 하신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라 하시며 주신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권고 「사랑의 성사」에서 “성찬례는 본질적으로 평화의 성사”라며 “미사에서 성찬 신비의 이 차원이 평화의 인사를 통해 특별히 표현된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49항) 이 예식에서 교회는 자신과 인류 가족 전체의 평화와 일치를 간청하며, 신자들은 성체를 모시기 전에 교회에서 누리는 일치와 서로의 사랑을 드러냅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82항)
그렇다면 더더욱 평화의 인사를 더 오래 성대하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교회는 평화의 인사 시간에 “가까이 있는 이들하고만 차분하게 평화를 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교황청 경신성사부 훈령 「구원의 성사」 72항) 평화의 인사 시간에 노래를 부르거나 자기 자리에서 이동하거나 이 시간에 축하나 덕담, 조의 등을 표현하는 것을 피하라고도 권고합니다.(교황청 경신성사부 「회람: 미사 중 평화의 선물을 표현하는 예식에 관해」 6항 참조)
평화의 인사는 평화를 나누는 행위 자체도 중요하지만, 신자들과의 친교나 화해보다 “성체를 받아 모시기 전에 이루어야 할 평화와 친교, 사랑을 의미”합니다.(「구원의 성사」 71항) 평화의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도 “영성체에 앞서 회중이 산만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절제 있게 이뤄진다 해도 이러한 몸짓의 커다란 가치가 손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사랑의 성사」 49항)
그러니 혹시 많은 분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 한 분과 인사를 나누더라도 우리가 나누는 이 평화가 곧 영성체로 모시게 될 예수님께서 주신 평화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평화를 빕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