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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의 소록도 봉사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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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강제 격리와 차별의 역사를 간직한 소록도. 제주교구 성 다미안회는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고흥군 소록도 일대에서 ‘제37차 소록도 나눔활동’을 열고 한센인들의 삶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1980년 창립한 성 다미안회는, 벨기에의 성 다미안 신부가 하와이 제도 몰로카이섬에서 실천한 사랑을 본받아 한센병 환자들과 연대하고 있다. 소록도의 아픔을 함께하며 편견과 낙인을 지워가는 이들의 나눔 현장에 함께했다.

아픔의 섬에 건넨 손길

고흥반도 끝자락 녹동항에서 1㎞가 채 안 되는 곳에 자리한 소록도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해안 절경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한센인들이 겪은 차별과 핍박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1916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한센병 환자 격리를 위해 자혜의원을 설치한 뒤 강제수용과 노역, 이동 제한 등 인권침해가 이어졌다.

7월 24일 소록도의 최고기온은 섭씨 35도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마을 곳곳에는 웃으며 일하는 성 다미안회 봉사자들이 가득했다. 봉사자들은 간병, 이미용, 성당과 수녀원 정비, 도배·장판 교체와 방충망 정비, 예초 작업 등으로 나뉘어 국립소록도병원 환자와 주민들을 도왔다.

성 다미안회는 1984년 소록도 나눔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태풍으로 입도하지 못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활동을 이어왔다. 누적 봉사자는 4800여 명. 올해도 150여 명이 참가했다.

동생리 최성운(요한 세례자) 이장은 “냉장고, 실외기, 에어컨 필터처럼 나이 든 주민들이 직접 청소하기 어려운 것들도 해줘서 다들 고마워하고, 덕분에 살기 좋다고 많이들 말한다”고 전했다.


가장 인기 있는 활동은 이미용이다. 머리 손질뿐 아니라 파마와 염색까지 해줘 활동 장소는 늘 주민들로 북적인다. 차례를 기다리던 주민들은 봉사자들과 안부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봉사자들은 병원 밖으로 나오기 힘든 입원 환자들을 위해 병실을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40년 넘게 활동에 참가해 온 여혜숙(에스텔) 씨는 “한센인들과 함께하는 일이 늘 보람차고,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국립소록도병원 주민자치회는 성 다미안회의 활동에 감사를 전하고자 2021년 옛 소록도 공회당에 기념비를 세웠다.

성 다미안회의 활동에는 늘 기도가 함께한다. 봉사자들은 매일 아침 미사를 봉헌하고 삼종기도도 빼놓지 않는다. 단순한 봉사를 넘어 피정에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소록도를 찾는다. 성 다미안회 강승표(마르코) 회장은 “활동의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뜻과 의지를 실천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활동의 중심은 신자들이지만 제주도 내 비신자들도 봉사자로 참여한다. 함께 땀 흘리고 미사에 참여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신앙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마친 뒤 세례를 받는 경우도 있다. 봉사가 이웃을 돕는 일을 넘어 봉사자 자신의 삶과 신앙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낙인을 지우기 위해

소록도에는 현재 3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고, 주거 환경과 경제적 여건도 넉넉하지 않다. 2007년 관련 법률이 제정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생활 속 불편과 사회적 차별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주민 대다수는 고령층,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빈곤이 일상화돼 있다. 수입도 자활근로 사업으로 벌 수 있는 평균 45만 원뿐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낙인이다. 유전병이 아닌 제3종 법정 전염병인 한센병은 약으로 치료 가능하며, 전염력도 약하다. 그럼에도 과거 ‘하늘이 내린 벌’이라 불린 인식이 남아있고, 차별이란 병은 한센인 2세에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사례와 같이 한센인 2세를 대상으로 한 피해 보상도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일본은 2019년 「한센병 전 환자 가족에 대한 보상금 지급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가족관계에 따라 1인당 130만~180만 엔(한화 약 1390만~1930만 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국립소록도병원 원생자치회 강호열(아우구스티노) 사무장은 “우리 2세들은 학교 다닐 때부터 왕따당하고, 이유 없이 맞으며 온갖 차별과 혐오에 시달렸다”며 “여건이 되는 대로 청와대에 방문해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다미안회의 활동은 이러한 편견을 덜어내는 데에도 힘을 보탠다. 생활의 불편을 덜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한센인들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치유’인 셈이다.

제주교구 사회사목국장 이건용(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는 “예수님께서는 성경에서 한센인들의 병을 치유하실 뿐만 아니라, 다시 공동체의 생활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셨다”(마르 1,40-45 참조)며 “봉사자들이 활동을 계기로 한센인이 한 사람의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토대를 형성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활동에 참가한 다미안회 봉사자들도 인식 개선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보(안토니오·제주교구 광양본당) 씨는 “사회적 노력으로 소아마비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진 것처럼, 한센병에 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홍보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김석우(미카엘·제주교구 새서귀포본당) 씨는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따뜻한 손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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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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