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파 단체 ‘휴먼스 퍼스트’가 주도한 데이터센터 반대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났다. 그동안 미국 정부와 우파 진영은 인공지능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앞서려면 데이터센터를 더욱 빠르고 광범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로 인한 과도한 전기 요금 인상, 극심한 물 부족, 소음공해와 수질오염 같은 심각한 폐해가 드러나면서 농촌을 중심으로 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이제 좌우 진영을 넘어 데이터센터는 ‘물과 전기를 많이 쓰는 시설’이라는 수준을 넘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원을 고갈시키며 시민들의 삶을 직접 위협하는 파괴적인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 등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알고리즘, 데이터, 클라우드 같은 ‘깨끗하고 무형’의 단어들이 연상된다. 그러나 이는 착시이며 환상이다. 광물 자원 없이는 그 어떤 인공지능도 작동할 수 없다. 그래서 인공지능 연구자인 케이트 크로퍼드와 마크 그레이엄은 인공지능의 본질을 지구의 천연자원과 에너지를 수탈하는 대규모 ‘추출 산업’으로 규정한다. 여기서 추출의 대상은 자연 자원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 문명이 창조한 데이터와 노동력, 그리고 인간 자신마저 추출의 대상이 된다. 우리가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마주하는 가상 세계는, 실제로는 이 모든 자원을 무자비하게 긁어모으는 물리적인 공간에 기반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핵심 기초 설비인 배터리와 전력 시스템을 가동하려면 리튬이 필수적이다. 단 0.15g의 리튬을 내장 메모리 칩에 넣기 위해 미국 네바다주는 물론 볼리비아, 콩고, 몽골,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수많은 대지가 파헤쳐진다. 반도체 제작에 핵심적인 희토류 채굴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장시성의 경우, 채굴된 희토류 광물에서 실제 가치 있는 자원은 단 0.2에 불과하다. 나머지 99.8에 달하는 독성 폐기물은 고스란히 자연에 버려진다.
그 결과 바오투 지역에는 지름 8㎞가 넘는 유독성 검은 진흙 호수가 형성되기도 했다. 광물 자원을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이는 인공지능 산업은 지구의 뼈와 살을 발라내는 약탈의 역사와 다름없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증설되는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이미 웬만한 중소 국가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넘어섰다. 막대한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전기가 거대한 기계 장치들을 돌리고 있으며, 수만 대의 컴퓨터 서버가 내뿜는 초고열을 식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수자원이 소모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설비 확장과 대규모 투자가 자연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고착시킨다는 점이다. 지역 주민들은 환경 오염과 자원 부족, 저주파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직접적인 피해를 온전히 떠안지만, 데이터센터가 창출하는 막대한 부는 소수 빅테크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50여 년 전 출간된 로마클럽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당시의 추세를 바탕으로 2100년 이전에 지구의 자원과 인구가 붕괴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재사용으로의 전환만이 장기적 안정을 가져올 해답이라고 제안했다. 소수가 이익을 독점하고 환경적 위험과 비용은 약자에게 떠넘기는 불평등은 결국 기술 자본을 향한 분노와 새로운 정치적 저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곳곳으로 퍼지는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은 이 파괴적인 산업이 대다수 보통 사람의 삶을 얼마나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하나인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사업자들에게는 싼 전력과 용수를 보증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착시와 환각도 정도를 넘어선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우리는 ‘단순히 변화가 일어나는 시대가 아니라 시대를 바꾸는 전환의 때’를 살아가고 있다. 이 전환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지구와 인간 삶의 회복 말고 어떤 것이 있는지 물을 수밖에 없다.

글 _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