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9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이성당 줄서기 전…이 ‘성당’ 어때요?”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간직한 적산가옥과 철길마을 등 옛 풍경을 품어 ‘레트로 도시’로 통하던 전북 군산시가 최근 영화와 책, 미술 등을 만날 수 있는 문화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군산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의 통계에 따르면, 군산시 외지인 방문자 연인원은 2024년 2562만 명에서 2025년 2681만 명으로 약 120만 명 증가했다. 군산 관광·여행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언급량도 같은 기간 25만8599건에서 38만1280건으로 상승했다. 오랜 역사 위에 새로운 시간을 덧입히며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도시로 변화하고 있는 군산을 걸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군산 여행은 이 ‘성당’부터!

군산 여행은 도심에 나란히 자리한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작된다. 근대문화유산이 즐비한 원도심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전주교구 둔율동성당을 만난다. 한산한 주택가 골목의 빌라와 상가 사이로 첨탑을 높이 드러낸 이곳은 야트막한 언덕 위에 세워진 군산 지역 최초의 본당이다.

본당에는 군산 천주교회의 역사가 응축돼 있다. 병인박해 이후 금강과 만경강 하구로 피신한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루면서 사옥개·회현·나포 등에 공소가 세워졌다. 군산항 개항 뒤 신자가 늘자 이들 공소를 관할하던 나바위본당은 1929년 군산본당을 분가했다. 현 둔율동본당의 전신이자 군산과 익산에 25개 본당을 분가시킨 모본당이다.

이곳은 역사적 가치뿐 아니라 건축적 의미도 지녔다. 1955년 건립된 현재의 성당은 1945년 군산경마장 폭발 사고로 크게 파손된 옛 성당을 보수해 사용하다가 신자들의 정성을 모아 새로 지은 건물이다. 장방형 평면의 성당은 종탑과 장미창, 아치형 창문 등을 갖춰 고딕양식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안으로 들어서면 북쪽 출입문에서 남쪽 제대까지 길게 이어진 공간과 넓은 중앙 통로를 둔 바실리카양식의 구조가 눈에 띈다.

전후 호남 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대형 성당이자 전통적인 성당 건축에서 현대적 건축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 2017년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록됐다. 건축 도면과 자재, 공법, 신자들의 봉헌 내역 등 착공에서 준공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성당신축기’와 ‘건축허가신청서’도 2020년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성당 한편에 마련된 유물전시관에는 본당과 함께해 온 성물들과 역사를 담은 기록물 등이 전시돼 있다. <임 쓰신 가시관> 등의 시를 남긴 시인이자 본당 초대 보좌를 지낸 하한주 신부(요셉, 1909~1984), 전주교구 제5대 교구장을 지낸 김재덕 주교(아우구스티노, 1920~1988)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8월과 크리스마스

성당을 나와 원도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8월의 군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1998년 개봉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 ‘초원사진관’이다.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사진사 정원과 그의 앞에 나타난 활기찬 주차단속원 다림의 사랑을 그린다.

영화의 대부분은 정원의 일터인 사진관과 그 주변에서 촬영됐다. 사진관이 만들어진 과정에도 소소한 사연이 담겨 있다. 제작진은 촬영 장소를 찾기 위해 전국의 사진관을 돌아다니다 군산 월명동의 한 카페에 들렀다. 그곳에서 창밖으로 무성한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차고를 발견했고, 촬영이 끝나면 철거한다는 조건으로 이를 사진관으로 개조했다.

초원사진관이라는 이름은 정원 역을 맡은 배우 한석규가 어린 시절 살던 동네의 사진관 이름에서 따왔다. 촬영이 끝난 뒤 철거됐지만, 군산시가 2013년 영화 속 모습으로 복원하면서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개봉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사진관을 향한 관심은 꾸준하다. 인스타그램에는 초원사진관을 해시태그한 게시물이 약 10만 건에 이른다. 사진관을 찾은 평일 오후, 연인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사진관 앞에서 서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영화 속 장면을 재현했다.

사진관 주변에는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1908년 지어진 옛 군산세관을 비롯한 근대문화유산들이 반경 1㎞ 안에 모여 있다. ‘군산시간여행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군산시간여행 안내소도 마련돼 있어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군산 대표 먹거리인 짬뽕을 맛볼 수 있는 ‘짬뽕특화거리’와 빵집 ‘이성당’도 가까워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좋다.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원도심을 벗어나 군산의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떠오른 나운동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군산회관(옛 군산시민문화회관)과 JB문화공간이 자리한다.

군산시민문화회관은 현대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의 제자이자 한국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이 남긴 유작이다. 1989년 개관한 뒤 지역 문화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지만, 2013년 군산예술의전당이 들어서며 주요 기능이 옮겨간 뒤 오랫동안 문을 닫았다. 이후 2019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 선정으로 리모델링을 거쳐 2024년 ‘군산회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김중업 건축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오늘의 감각을 더해 예술과 일상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연·전시를 비롯한 행사가 열리는 ‘너른홀’, 건축·디자인·예술 분야 책을 다루는 서점, 개방형 아카이브실 등이 들어서 있다.

2024년과 2025년에는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군산북페어’가 개최됐다. 2025년 사흘간 열린 행사에는 9800명이 방문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군산회관에서 약 500m 떨어진 JB문화공간은 군산시와 전북은행의 문화교류 업무협약으로 2023년 개관했다. 기존 은행 지점을 새롭게 단장한 공간으로, 전북은행미술관과 카페 등이 운영되고 있다.

미술관은 한국 근대미술 대가 김환기, 유영국(바오로) 등의 작품을 선보인 개관 기념전 이후 다양한 전시를 마련했다. 최근에는 ‘당신이 보지 못한 유럽 명화전’을 열어 파블로 피카소와 마르크 샤갈, 조르주 루오 등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간직한 군산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문화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07-2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7. 29

마태 6장 24절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