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쎄울로 오~쎄요!”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향해 힘껏 외쳤다. “서울로 오세요!” 한국 청년들의 손짓에 발걸음을 멈춘 순례자들도 웃으며 서툰 한국말로 “쎄울!”을 따라 외쳤다. 발음은 조금 어색했지만, 웃음 속에 오간 짧은 외침에는 2027년 서울에서 다시 만나자는 초대와 응답이 담겨 있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사제단과 한국무용팀, 케이팝(K-POP) 댄스팀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홍보단은 8월 4일부터 12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한국무용과 K-POP 공연, 거리 홍보 활동을 펼쳤다.
산티아고 순례길, 서울 WYD를 만나다
산티아고 주교좌성당. 세계 각지에서 성 야고보 사도의 무덤을 향해 순례길을 걸어온 이들이 마침내 닿는 종착지다. 순례 성수기인 8월에는 하루 평균 1800여 명의 순례자가 모인다. 8월 5일 성당 앞 오브라도이로 광장에서는 수많은 순례자와 관광객의 시선이 한국 청년들, 바로 홍보단에게 쏠렸다.
홍보단은 <아름다운 나라>를 부르며 공연의 막을 열고 <태평무>, <한량무> 등 한국무용을 선보였다. 이어 트와이스, 방탄소년단(BTS), 뉴진스 등 세계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K-POP에 맞춘 댄스 무대가 펼쳐지자 순례자와 관광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홍보단은 산티아고에서 먼저 공연을 시작한 뒤 순례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아르수아, 팔라스 데 레이, 포르토마린, 사리아 순으로 6차례 공연을 이어갔다. 순례자들이 걷는 방향과 반대로 이동하며 더 많은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스페인 청년 나사렛 아리노(25) 씨는 “공연은 아름다웠고, 예상하지 못한 선물 같았다”며 “내년 서울 WYD에는 단순한 참가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이 그 여정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봉사자로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순례와 순례를 잇는 초대
리바디소 마을 이소강. 아르수아를 향한 긴 구간을 걸어온 순례자들이 물에 발을 담그며 지친 몸을 쉬어 가는, 순례길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8월 7일 이곳에 홍보단의 부스가 세워졌다. 홍보단은 WYD 문구와 로고 등이 새겨진 다양한 기념품과 리플릿을 건네며 순례자들을 맞았다. 미소로 순례자들을 맞이한 한국 청년들의 환대와 응원은 지친 이들에게 또 하나의 오아시스가 됐다.
중국 순례자 조에 치아오(35) 씨는 홍보단과의 만남을 “뜻밖의 반가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순례길에서 한국 청년들이 반갑게 맞이해 줘 환영받는 느낌이었다”며 “지쳐 있었지만 다시 회복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공연이 무대 위의 초대였다면, 홍보 부스는 길 위의 초대였다. 홍보단은 순례길 곳곳과 마을을 오가며 서울 WYD를 알렸다. 이처럼 길 위에서 만난 순례자는 4000여 명에 달했다.
순례자 여권에도 서울 WYD의 초대가 남았다. 홍보단은 산티아고 순례자센터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서울 WYD 쎄요(sello, 순례길 도장)를 마련하고, 공연장과 홍보부스에서 만난 순례자들의 여권에 도장을 찍어 줬다. 산티아고를 향해 걸어온 순례의 기록 위에, 이제 서울을 향한 새로운 초대가 새겨진 순간이었다.
박주현(로사) 씨는 “2023 리스본 WYD와 2025년 로마 젊은이의 희년 행사에서는 초대를 받는 참가자였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다른 이들을 서울로 초대하게 됐다”며 “WYD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시선이 더 직접적이고 능동적이며 주체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초대하는 이들도 순례자가 되다
홍보단도 이 여정에서 어느새 순례자가 됐다. 이들은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머무는 알베르게에서 함께 묵으며 그들의 일상으로 들어갔다. 또 순례길 일부 구간을 직접 걸으며 순례자들이 딛는 길의 먼지와 땀을 몸소 느꼈다.
지난해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이승재(토마스 아퀴나스) 씨는 “알베르게에서 순례자들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WYD를 알리고, 서울에서 이런 행사가 열린다고 전하는 것이 뜻깊었다”고 말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는 산티아고 주교좌성당의 초대로 순례자 미사에 참여했다. 성당 천장 가까이까지 크게 오르내리는 ‘보타푸메이로(Botafumeiro, 대향로)’를 바라보며 단원들은 이번 여정이 단순한 해외 홍보가 아니라 기도 안에서 이어지는 순례임을 되새겼다.
보타푸메이로는 산티아고 주교좌성당을 상징하는 대형 향로다. 높이 약 1.5m, 무게 53kg의 향로를 8명의 ‘티라볼레이로스’가 밧줄로 당기면 성당 익랑을 가로질러 크게 흔들리며 향을 피운다. 오랜 순례 끝에 성 야고보 사도의 무덤을 찾은 순례자들에게는 하느님께 올리는 기도와 감사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이번 여정은 단원들 스스로 신앙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 순례이기도 했다. 전공자가 아닌 대부분의 단원은 2025년 11월부터 매주 주말을 반납하고 전문 강사에게 노래와 춤을 배우며 공연을 준비했다. 스페인 현지 공연 장소와 시간을 섭외·조율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공연을 이어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단원들에게는 하나하나가 감당해야 할 십자가였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나며 오히려 주님의 이끄심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안혜수(체칠리아) 씨는 “걱정과 불안, 막막함으로 시작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것이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길이라는 위로를 체험했다”고 밝혔다. 송승미(벨리나) 씨는 “(홍보단 활동을 통해) 제가 하느님께 다가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먼저 저에게 다가와 주셨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제가 한 걸음 하느님께 다가가면, 하느님께서는 제게 백 걸음 다가와 주신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