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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덮친 ‘기후 양극화’…갈라지는 논바닥에 타들어 가는 농민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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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전까지는 비가 와야 해. 비 안 오믄 다 타고 없어. 근디 또 영남 지방만 비가 안오네. 다른 데는 비가 너무 많이 와가 그라고. 여긴 장마도 없어. 덥기만 더 덥고.”

7월 31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직동리. 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 언양분회 황자야(프란체스카·85) 씨는 달력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말했다.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에 기온은 섭씨 32.5도까지 치솟았다. 비가 내리지 않은 지 한 달 가까이 되면서 논과 밭은 물론 길까지 바싹 말라 흙먼지만 풀풀 날렸다. 황 씨가 매일 새벽 5시부터 아들과 함께 돌보는 고추는 말라 비틀어지기 직전이었다. 다른 사람의 논농사를 대신 지어 주는 영농 대행 논도 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었다.

황 씨는 “개울과 가까운 논은 양수기로 물을 대 그나마 자박하게 유지하고 있지만, 그 물도 하루 이틀이면 다시 바싹 마른다”고 호소했다.

같은 장마철이었지만 지역별 날씨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린 반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등 남부 지방에는 폭염과 가뭄이 이어졌다. 이른바 ‘기후 양극화’가 나타난 것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6년 7월 기후 특성’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에는 353.8㎜의 비가 내렸다. 반면 부울경의 강수량은 68.0㎜로 평년 304.7㎜의 21.9에 불과했다.

지역별 강수량이 크게 엇갈린 것은 정체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영향을 미친 반면, 남부지방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폭염과 폭우, 가뭄이 한 시기에 공존하는 기후 양극화의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다. 지구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늘어나 집중호우의 강도는 커지고, 비구름이 형성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심해진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공급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지역 내 관리 저수지 82곳의 유효저수율(저수량 가운데 실제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비율)은 42.5로, 평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울산의 주요 식수원인 회야댐의 유효저수율도 7월 30일 기준 25.6로 떨어졌다.

황 씨는 농작물이 더위와 가뭄에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두렵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벼가 자라는 시기에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데다, 가을에는 오히려 많은 비가 내려 쌀알이 제대로 여물지 못했다. 결국 정상적인 쌀보다 알이 잘고 부서진 싸라기쌀이 많이 나왔다. 

언양분회 소속 농민들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논에 우렁이를 넣어 잡초를 제거하는 친환경 농법으로 벼를 재배한다.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후변화로 싸라기쌀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로 농촌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지만, 황 씨는 생명을 살리는 농업의 뜻을 놓지 않았다. 황 씨는 “생명을 살리고 먹여 살리는 농업이 우리농이 지향하는 생명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비가 내려 좋은 쌀을 거두고, 그 ‘생명의 쌀’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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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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