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리터 정도의 물을 하루에 다섯 시간 걸려 길어와야 하는 나라, 그것마저 수질이 나빠 쉽게 병이 나지만 마실 수밖에 없는 나라들이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남수단과 북아프리카의 국가들이다. 너무 절박한 상황이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30항에 의하면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에 대한 접근권은 기본적이며 보편적인 인권이다. 계속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물을 마실 수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이 세상은 커다란 사회적 부채를 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침해할 수 없는 존엄에 맞갖은 생명권이 부인되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깨끗한 물과 위생 시설을 마련해주려고 재정 지원을 확대하면 그 부채가 어느 정도 경감됩니다.”(「찬미받으소서」 30항)
내가 물 절약에 눈을 뜬 것은 2012년 어느 에코센터에서 나온 리플릿 내용에 한국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 달 사용할 물의 양을 하루에 다 쓴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을 때다. 우리의 평상시 물 쓰는 모습을 보면 틀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루 중 어디에 물이 많이 쓰이는지 집안을 둘러보았다. 설거지, 세탁, 샤워 등등이 있었지만, 화장실 변기가 눈에 들어왔다. 변기 수조엔 기종에 따라 대략 10~13리터의 물이 담겨있고 일을 볼 때마다 쉽게 버려진다. 용변 빈도를 고려하면 1인당 1일 평균 약 100리터의 물이 변기 사용에만 소모되는 셈이다. 구조적으로 물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 나의 슬기로운 물생활이 시작되었다. 양치컵 사용은 물론이고 옛날처럼 소변통을 다시 사용하여 변기는 한두 번만 사용하기 시작했다. 빨래는 가능한 손세탁으로 바꾸었다.
그 후 물 사용에 또 한 번 정신이 들게 된 일이 있다. 로마에 있는 우리 노틀담수녀회 모원에 아프리카에서 온 수녀가 한동안 머물게 되었다. 그가 모원의 화장실을 보고 분노를 쏟아냈다. 자기네 나라 사람들은 물을 길어오려면 그 고생을 해야 하는데, 이곳에선 너무나 좋은 물을 대소변 처리하는데 써버린다는 불공평함에 분개한 것이다.
그 분노가 나에게 깊은 회심을 일으켰다. ‘나도 아프리카에 태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대한민국에 태어나 손만 까딱하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맑은 물을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었구나….’
덕분에 화장실은 나에게 성당만큼이나 거룩한 곳이 되었다. 성당에선 오히려 매일 생각나지 않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화장실에 들어서면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져 내가 쓸 물의 양을 조절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물부족국가는 아니지만, 지역과 계절에 따라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해마다 이런 현상은 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재난 사태가 선포되었던 강릉시에 이어 올해는 순천, 대구 등 남부 지역의 주민들이 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와 시민사회, 산업계가 협력하여 효율적 물 분배, 재활용, 첨단 기술 활용 등을 통해 물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물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제1 목표인 지구의 울부짖음에 응답한다는 실천사항이기도 하다. 케냐의 경우는 물을 길으러 가려면 10km를 걸어야 했는데, 한국 정부가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여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수도시설을 70여 군데 설치해 준 좋은 사례가 있다.
민간 차원에서도 물을 제공할 수 있는 기부와 더불어 물을 절약하는 생활로 물부족을 겪는 이들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을 낭비한 것도 결국 기후위기의 한 원인이 되고 그래서 어딘가엔 물이 부족하게 되는 하나의 생태계 안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글 _ 문점숙 마리루치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