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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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하고 뻔뻔해도, 작은 몫의 빛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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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학회 발표를 위해 오랜만에 일본에 갔다. 종교와 평화 관련 학회라 참여자들은 가톨릭, 개신교, 불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교 배경을 지녔고,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평화로운 태도가 배어 있었다. 가톨릭 신자는 세 명이었는데, 그중 한 분이 숙소에서 가까운 성당을 찾았다며 다음 날 새벽미사에 함께 가겠느냐고 물으셨다. 종일 진행된 학회에 피곤했지만, 반갑게 약속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는데, 번쩍 눈을 떠보니 아침이 되었다. 5시 47분, 화들짝 깨어 옷만 챙겨 입고 후닥닥 뛰쳐나갔다. 오전 6시 미사에 간다고, 알람을 오후 5시 반에 맞췄던 거다. 다행히 성당은 걸어서 3분 거리에 있었고, 언제나처럼 성모님이 작은 아이를 안고 고요히 나를 맞아주셨다. 환대하는 성모상을 지나 들어간 대성전은 어두웠다. 바로 옆 작은 경당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쫓아 들어서니, 중년 남녀 두 분이 신부님과 함께 제대를 바라보며 기도문을 읊고 계셨다. 성무일도의 아침기도 중이신 듯했다.

기도를 마치자, 직접 미사 준비를 하러 초로의 신부님이 일어나셨다. 그때 드러난 갈색 옷과 두건, 깜짝 놀랐다. 내가 틈날 때마다 가는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자주 보던 수도복이었다. 갑자기 눈물이 어리더니,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어 미사 내내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일본인 세 명과 한국에서 온 세 이방인이 함께 드린 그 미사는, 내게 평생 기억할 순간이 되었다.

일본의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0.35 정도이다. 그토록 소수인 성당이 숙소 바로 옆에 있었다는 것도, 그 성당이 프란치스코 성인을 따라 사는 수도회였다는 것도 단순한 우연 같지 않았다. 새롭게 감지한 평화의 사도 프란치스코, 평화를 찾던 내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미사가 끝난 후, 나는 처음 본 세 일본인 앞에서 주체할 수 없던 눈물을 닦으며 선언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을 따르기로 결심했노라고.

그동안 나는 교회에서 평화를 강의할 때면, 깊이 알지도 못하는 프란치스코 성인을 얘기하며 새와 대화하는 그림을 보여주곤 했다. 팬데믹으로 미사가 중단됐을 때나 본당 미사를 놓치면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으로 가서 미사 참례를 했고, 특히 신부님 강론이 좋아 월요일마다 갔다.

거슬러 생각해 보니, 그곳은 평화 활동을 금기시하던 정권하에서 모든 곳이 장소 대여를 거부할 때 공간을 내준 유일한 곳이기도 했다. 게다가 제주에서 진행하는 평화캠프도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해왔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내가 평화를 따지러 간 본당에서 첫 시작을 동반해 주신 분도 프란치스코 신부님이셨고, 내게 감동의 구절과 순간을 보여주신 분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아니시던가.

내 삶에 가득하던 프란치스코 성인을 그렇게 강렬하게 울어내야 알아차리다니.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인 이때, 이토록 둔감한 나까지도 포기하지 않으시는 끈질긴 주님이시다. 이리 둔하게 나를 내셨으니, 끝까지 책임지시겠지. 이리 뻔뻔해도 애타게 사랑하시니, 나 또한 사랑할밖에. 덜렁대고 헤매도 눈부신 빛으로 내 갈 길을 비추시니, 그 큰 빛에 기대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으리라. 

나를 스친 인연들에 진 큰 빚을 작은 몫의 빛으로나마 비출 수 있기를! 그동안 그리고 앞으로 함께해 주실 모든 분의 평화를 빌며, 이 뜨거운 여름의 막바지 인사를 전한다.

글 _ 손서정 베아트릭스(삶을 살리는 평화 교육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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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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