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놀이가 되어 가고 있다. 역사적 비극은 마케팅 문구가 되고, 죽은 이에 대한 조롱은 온라인에서 광범위하게 소비된다. 특정 지역과 세대, 집단을 향한 비하 표현도 농담처럼 오간다. 그러나 혐오 표현은 단순한 ‘말’의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인간을 존엄한 존재가 아닌 조롱의 대상으로 낮추는 행위다. 혐오 표현과 차별에 대한 사회적 대응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는 가운데, 교회는 혐오의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할까.

혐오 표현, ‘놀이’가 되다
5월 스타벅스코리아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탱크데이’ 마케팅에 이어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사태까지, 최근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특정 집단을 조롱하고 사회적 편견을 더 부추기는 표현이 잇따르고 있다.
혐오 표현은 단순한 막말이나 불쾌한 표현과 다르다. 성별·장애·종교·나이·출신 지역·인종·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모욕·비하·멸시하거나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조장하는 표현을 가리킨다. 따라서 혐오 표현인지 판단할 때는 말의 거칠기만이 아니라 누구를 겨냥하고 어떤 차별적 효과를 낳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최근에는 혐오 표현의 방식도 달라졌다.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홍성수(토마스 아퀴나스) 교수는 “과거에는 의도가 명확하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혐오 표현을 했지만 요즘에는 유머나 조롱에 가깝게 재미나 놀이를 표방한 방식의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며 “사람들은 문제의식 없이 혐오 표현에 쉽게 동참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SNS와 알고리즘은 이러한 표현의 확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혐오와 차별 표현은 ‘밈(온라인 패러디 콘텐츠)’이나 ‘짤(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짧은 이미지)’의 형태로 가볍게 소비되고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누군가의 존엄을 훼손할 수 있다. 반복되는 조롱은 특정 사람이나 집단을 희화화된 대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만들고, 또 다른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신자들은 혐오 표현을 어떻게 바라보나
본지와 서울대교구 굿뉴스팀이 공동 주관한 ‘가톨릭 POLL’ 조사에서도 신자들은 혐오 표현의 확산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5~19일 신자 4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25명(90.2)이 혐오 표현의 확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신자 10명 중 9명꼴로 혐오 표현 확산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간극이 있었다. 혐오 표현이 밈이나 유행어, 장난으로 소비되는 문화를 접했을 때 ‘부정적으로 본다’거나 ‘불쾌하여 차단한다’고 답한 비율은 68.8였다. 반면 ‘불쾌하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5.1, ‘불쾌하여 관련 표현을 신고 등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응답은 9.3에 그쳤다.
서울대교구 방종우 신부(야고보·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이러한 간극의 원인으로 온라인에서 혐오가 일상화된 점과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꼽았다.
방 신부는 “온라인과 일상에서 혐오 표현을 짧은 댓글이나 밈의 형태로 접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혐오에 대한 감수성이 자연스럽게 무뎌졌다”고 설명했다. 또 직접 자신이 받은 공격이 아니거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이 아니면 한발 물러서서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혐오와 차별로 사회적 문제가 커지면서, 정부는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이를 방치하거나 조장하는 사이트의 폐쇄 등 엄격한 조건 아래 처벌에 입각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가톨릭 POLL’에서도 온라인 혐오 표현 확산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대응 수준에 관해 ‘법과 제도를 통해 적극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34.8, ‘일정 수준의 제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5.4로 나타났다. 두 응답을 합하면 80.2로, 정부와 사회의 제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았다.
반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거나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도 19.1였다. 혐오 표현에 대한 대응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가의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과도한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홍 교수는 “조롱 형태의 혐오 표현은 법적으로 규제하기가 더 까다롭고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차별과 혐오의 양상이 더 다양해졌기 때문에 처벌을 위한 규제보다 먼저 무엇이 차별이고 혐오인지 사회적 기본 규범을 세우고,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혐오 앞에서 교회가 말해야 할 것
법적 규제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적 견해나 사회 현상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비판할 권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윤리신학적 관점에서 자유는 책임과 분리될 수 없다.
방 신부는 “자유의 목적은 다른 사람의 존엄을 파괴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을 선택하고 공동선을 이루는 데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인간 존엄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닌, 함께 지켜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23년 스웨덴에서 쿠란이 소각된 사건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존엄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교황은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을 경멸하는 구실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특정한 소속과 경계를 넘어 타인을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방 신부는 오늘날 신앙인에게 필요한 질문은 ‘나는 혐오하지 않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누군가 혐오 당하고 있을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혐오가 일상화된 시대에 교회가 신앙인에게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로 ‘인간 존엄’을 꼽았다.
방 신부는 “혐오에 대응하는 그리스도인의 태도는 ‘타인을 다시 사람으로 보는 일’에서 시작한다”며 “의견이 다르면 논쟁할 수 있고 잘못된 행동은 비판할 수 있지만 그 순간에도 상대가 나와 똑같은 존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