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9월 12일 오웅진 신부(요한 사도·예수의 꽃동네 형제회)와 고(故) 최귀동(본명 경락·베드로) 할아버지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재단법인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이하 꽃동네)이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꽃동네는 지난 50년 동안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이 되어왔다. 가난한 마음들이 만들어 낸 사랑의 기적, 꽃동네의 탄생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발자취와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메시지를 전한다.

1300원으로 시작된 기적
1976년 5월 사제품을 받고 청주교구 음성 무극본당(현 금왕본당 무극공소)에 부임한 오 신부는 같은 해 9월 12일 성당 앞을 지나가는 한 노인을 만났다.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가던 이는 최귀동 할아버지였다.
오 신부는 호기심에 그의 뒤를 따라갔고, 용담산 아래 움막에서 걸인들에게 얻어온 밥을 나누는 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됐다. 장애가 있음에도 최 할아버지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걸인 18명을 40여 년 동안 돌보고 있었다.
그날 밤 오 신부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음 날 전 재산 1300원으로 시멘트를 구입해 벽돌을 찍기 시작했다.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이 머물 수 있는 집을 짓기 위해서였다.
본당 신자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집에는 ‘사랑의 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76년 11월 15일 축복식을 거행한 뒤 최 할아버지를 비롯한 걸인들이 새 보금자리에 들어갔다. 한 사람의 소박한 자선에서 시작된 사랑의 실천은 훗날 꽃동네라는 이름의 공동체로 성장하는 씨앗이 됐다.

가난한 이들의 보금자리에서 사랑의 공동체로
노숙인 보호에서 출발한 꽃동네는 점차 가난과 소외의 문제를 품는 사회복지 공동체로 성장했다. 1980년 청주교구 사제총회에서 꽃동네 설립이 가결되면서 교구 차원의 사업으로 추진될 기반을 마련했고, 1981년부터는 전국 회원 모집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사랑의 나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1982년 현재 음성 꽃동네가 자리한 충청북도 음성군 맹동면 인곡리 산1-45 부지를 마련했으며, 1983년 부랑인요양원을 준공했다.
이후 꽃동네는 1984년 3월 21일 사회복지시설 인가를 받으며 본격적인 복지 사도직의 길을 걸었다. 정신요양원, 결핵요양원, 노인요양원, 알코올중독자요양원, 인곡자애병원 등을 차례로 설립하면서 단순히 거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질병과 장애, 노년의 어려움까지 함께 돌보는 종합복지공동체로 자리매김했다.
꽃동네가 단순한 사회복지시설을 넘어 복음적 사랑을 실천하는 영성 공동체로 발전한 데는 수도회 창설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1986년 9월 8일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와 자매회가 설립됐고, 같은 해 12월 27일 제2대 청주교구장 고(故) 정진석(니콜라오) 추기경으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꽃동네 형제회와 자매회는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는 말씀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사랑의 나눔을 세계로
각지에서 이어진 후원과 관심 속에서 꽃동네의 사명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장됐다. 1992년 가평 꽃동네를 설립했고, 1999년에는 가톨릭꽃동네대학교를 개교해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할 전문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또한 해외 선교와 국제 나눔을 통해 사랑의 영역을 넓혀갔다.
중국 꽃동네를 시작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인도적 지원 ▲지역사회 개발 ▲생활시설 운영 ▲장학사업 등을 펼치며 사랑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 현재 아이티, 필리핀, 미얀마, 우간다, 이탈리아 등 14개 국가에서 꽃동네 사명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꽃동네 방문은 공동체 역사에서 특별한 순간으로 기록됐다. 교황은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장애인들과 만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고 기도하며, 이들이 하느님께 사랑받는 존엄한 존재임을 전 세계에 일깨웠다.
당시 교황은 “신앙의 풍요로움은 사회적 신분이나 문화를 가리지 않고 형제자매들과 이루는 구체적인 연대로 드러난다”며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는 일에 참여하는 단체의 활동을 높이 치하한다”고 말했다.

사랑으로 걸어온 50년, 다시 새로운 50년으로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온 꽃동네가 설립 50주년을 맞아 감사의 시간을 마련한다. 꽃동네는 9월 8일 오후 1시30분 음성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기념식과 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날 기념행사에서는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가 레오 14세 교황의 강복장을 꽃동네에 전달할 예정이다.
설립 50주년은 지나온 시간에 대한 감사이자, 앞으로 이어갈 사랑의 사명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꽃동네는 “설레고, 감사하고, 은혜로운 이날에 고마운 회원님들을 모시고자 한다”며 “함께 기뻐하고 격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문의 043-879-0101 재단법인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