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홍보 현장을 취재하며 순례길을 걷는 여러 한국 청년을 만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만난 청년 중 천주교 신자는 한 명도 없었다. 종교와 관계없이 그들은 순례길을 찾고 있었다. 많은 청년이 종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데 어째서 순례에는 매력을 느끼는 걸까?
청년들은 순례길이 “재미있다”고 했다. 일상에서, 모바일기기에서 벗어나 표지석만 보고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 재미있고, 순례길에 있는 성당을 방문하며 도장을 찍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다른 순례자들과 기약 없이 헤어졌다가 다시 순례길에서 마주치는 일이 술래잡기 같다고도 했다. ‘순례길의 술래잡기’니 ‘순례잡기’란다.
하지만 순례의 끝은 ‘재미’가 아니었다. 청년들은 순례길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나누고 배려하며 그를 통해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법을 배웠고, 성당에서 위로받고, 성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고 했다. 서울대교구 청년·순례사목 홍사영(바오로) 신부는 “순례길에서는 교회적인 이미지나 메시지를 마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길을 즐기다 보면 복음으로의 초대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순례길에서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것이 순례잡기라면, 교회를 떠난 청년들과도 순례잡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재미로 시작해서 복음으로 끝나는 매력적인 순례를 보여준다면 말이다. 청년만이 아니다. ‘순례하는 교회’인 우리 모두는 어쩌면 줄곧 하느님과 순례잡기 중일지 모른다.
순교자 성월이다. 순교의 고통을 기억하는 순례도 좋지만, 하느님을 만나는 재미에 푹 빠졌던 신앙 선조들을 좇는 순례잡기가 필요한 때일지도 모르겠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