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 신자들이 최신 점자정보단말기에서도 성경과 전례 자료를 손끝으로 읽고 소리로 들으며 미사와 신앙생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주교회의와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9월 1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정보단말기용 전례 소프트웨어 ‘신로고스’ 출시 기념식을 열었다.
점자정보단말기는 디지털 문서를 저장해 점자와 음성으로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시각장애인용 휴대 정보통신기기다. 협의회는 2008년 주교회의 지원으로 이 단말기에서 성경과 기도서 등 전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로고스’(구로고스)를 개발·보급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새 기종이 나오면서 기존 로고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구로고스는 윈도우 CE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한소네U2’에서만 작동했는데, 이후 안드로이드 기반의 ‘한소네6’이 보급되면서 새 단말기에서는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협의회는 주교회의 지원을 받아 2024년 새 단말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신로고스’ 개발에 나섰다. 2026년 4월 개발을 마치고 안정화 작업을 거쳐 출시된 신로고스는 한소네6은 물론 올해 출시된 한소네7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신로고스에 담긴 자료도 기존보다 크게 늘었다. 「성경」, 「가톨릭 성가」, 「가톨릭 기도서」뿐 아니라 오디오 성경 음원, 「상장 예식」 연도 음원, 기도공동체 성가 음원, 성인전, 「한국가톨릭대사전」 등을 추가했다. 탑재 자료의 용량은 15GB에 이른다. 개발에는 주교회의 지원금 1억5750만여 원이 투입됐으며, 실제 사용자인 시각장애인 당사자도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이날 기념식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가 주례한 감사미사와 공로자 포상, 사업 경과보고, 신로고스 시연 및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으며, 주교단과 사제단, 전국 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 회원 등 80여 명이 함께했다. 협의회는 참석자들에게 공개 버전 설치 파일을 담은 USB도 배포했다.
박영복(루치아) 협의회장은 “시각장애인이 겪는 가장 큰 불편은 시각장애가 없는 사람, 이른바 ‘정안인(正眼人)’과 같은 문자 자료를 그대로 공유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점자정보단말기는 일반 책보다 부피가 30배나 큰 점자책을 보관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 줬지만, 새 기종이 나오고 운영체제가 바뀌면서 기존 전례 자료를 이용할 수 없게 돼 막막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교회의의 도움으로 기존보다 방대한 자료를 담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개발 소식을 접한 시각장애인 신자들의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도 신로고스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각장애인 신자들이 말씀과 전례 공동체 안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신로고스의 가치는 새로운 기술이나 편리한 기능 자체에만 있지 않다”며 “그 누구도 말씀과 전례 공동체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걸어가는 시노드적 교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