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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십자가 현양 축일 특집] 각양각색 성인들의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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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매년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을 지내며 십자가 안에 담긴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한다. 교회는 다양한 십자가의 형상으로 예수님을 기억하지만, 그중에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따르고자 했던 성인들의 이름을 담은 것들도 있다. 각기 다른 모습의 십자가에는 성인들의 순교와 겸손, 회심과 신앙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성인들의 십자가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그리스도의 길을 따랐는지 살펴본다.

■ 거꾸로 뒤집힌 ‘성 베드로 십자가’

열두 사도 가운데 으뜸으로 공경받는 베드로 사도의 이름으로 불리는 십자가는 일반적인 십자가를 거꾸로 뒤집은 형태다.

「베드로 행전」을 비롯한 초기 그리스도교 전승에 따르면 성인은 네로 황제의 박해를 피해 로마를 떠나던 중 아피아 가도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라는 성인의 물음에 예수님은 “네가 나의 백성을 버리고 떠나기에 내가 다시 로마로 가서 십자가에 못 박히려 한다”고 답했다. 성인은 곧바로 발길을 돌려 로마로 돌아가 순교를 받아들였다.

십자가형을 받은 성인은 자신이 예수님과 같은 방식으로 죽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거꾸로 된 십자가에 못 박혀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거꾸로 된 십자가는 예수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성인의 겸손을 드러내고, 동시에 예수님을 따른 성인의 순교를 상징하게 됐다.

 

 

■ X자 형태의 ‘성 안드레아 십자가’

성 안드레아 십자가는 두 대각선이 교차하는 ‘X’자 형태다. 성 베드로 십자가처럼, 성 안드레아 십자가도 사도의 순교 전승과 연결된다.

전승에 따르면 성인은 그리스 파트라 지역에서 복음을 전하다 순교했다.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성인은 자신이 달릴 십자가를 보며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며, “오, 아름다운 십자가여, 나는 오랫동안 너를 기다려 왔다”고 말하고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십자가는 안드레아 사도를 상징하는 표지가 됐다.

물론 베드로 사도의 전승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안드레아 성인이 어떤 형태의 십자가에서 처형됐는지 역사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회는 오랫동안 이 십자가들을 통해 성인들의 순교와 복음에 대한 충실함을 기억해 왔다.

 

 

■ 흰 바탕 위 붉은 선 ‘성 제오르지오 십자가’

성 제오르지오 십자가는 흰 바탕 위에 붉은 십자가가 놓인 형태다.

성인은 3~4세기경 로마 제국의 박해 시기에 신앙을 지키다 순교했다. 전설에 따르면 성인은 용을 물리쳐 공주를 구하고 많은 이를 신앙으로 이끌었다. 때문에 특별히 용기 있는 순교자이자 기사들의 수호성인으로 널리 공경 받았다.

사실 붉은 십자가는 성 제오르지오가 실제 사용했던 십자가는 아니다. 십자군 시대 이후 성인에 대한 공경이 확산되면서 붉은 십자가가 성인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에도 성 제오르지오 십자가가 담겨 있다. 유니언 잭은 잉글랜드의 성 제오르지오 십자가, 스코틀랜드의 성 안드레아 십자가, 아일랜드의 성 파트리치오 십자가를 결합한 형태로, 각 지역의 수호성인을 상징하는 십자가가 하나의 깃발 안에 함께 표현돼 있다. 성 파트리치오 십자가는 18세기 말 아일랜드를 위해 창설된 성 파트리치오 기사단이 사용한 ‘X’ 형태의 붉은 십자가다.

 

 

■ 성 프란치스코의 회심 상징 ‘성 다미아노 십자가’

성 다미아노 십자가는 12세기경 제작된 이콘 양식의 십자가로,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 다미아노 성당에 자리하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을 뿐 다미아노 성인의 생애와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이 십자가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회심과 깊은 연관성을 품고 있다. 젊은 시절 기사로서 명예와 성공을 꿈꾸던 성인은 군사 원정 중 환시를 체험한 뒤 고향 아시시로 돌아와 나눔과 기도를 실천했다. 성인은 폐허가 된 성 다미아노 성당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던 중 “가서 허물어져 가는 내 집을 고쳐 세워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다.

이 말씀을 성당 건물을 수리하라는 뜻으로 이해한 성인은 성당을 보수하려다 아버지와 갈등을 겪었고, 결국 자신의 모든 재산과 세속적 삶을 내려놓았다. 이후 가난과 겸손의 길을 선택하며 복음적 삶을 시작했다.

성 다미아노 십자가는 성인의 회심과 복음적 삶의 시작을 상징한다. 오늘날에도 프란치스코회 안에서 성인의 영성을 기억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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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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