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어렵겠지만 대학생 시절 난 정말 인기가 많았다. 동시에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사람이 여럿일 때도 있었을 정도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었던, 그땐 차였으나 지금은 남편이 된 사람. 오늘은 이 사람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대학에 입학하고 현실을 일찍 깨달은 나는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저학년임에도 취업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자란, 겉모습도 딱 교회 오빠 같은 사람이었다. 바르고 착해 보이는 순수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딱히 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게 첫눈에 반해버린 그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사놓고 같이 가자는 둥 둘만의 시간을 만들려 애썼다. 그에게 마음이 있지는 않았지만 정말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표도 사버린 마당에 안 갈 수가 없었기에 콘서트에 따라가기만 했다.
결국 전화로 고백한 그를 거절해 버렸고, 그는 갑자기 잠수를 탔다. 동아리원들에게 물어보니 공부하러 갔다고 했다. 설마 나 때문인가 뜨끔했지만 바쁜 대학 생활 속에서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직장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시험에 합격했다며 안부를 묻는 문자가 그에게서 왔다. 미안한 마음이 있던 나는 진심으로 축하를 전하며 약속을 잡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져 결국 그와 사귀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빠지기 어렵지만, 한번 빠지면 정신없이 빠지는 스타일이다. 그는 만날수록 참 좋은 사람이었고 하루라도 빨리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와의 결혼에 방해가 되는 건 돈과 종교였다. 사회 초년생이라 둘 다 모아둔 돈은 없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의 자취방에서 시작해도 상관없었을 만큼 그에게 푹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천주교인이 아닌 건 걸렸다. 그는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자랐으나 머리가 굵어지면서 교회 내부 사정에 염증을 느끼는 바람에 더 이상 교회에 다니지 않았고, 이로 인해 종교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천주교는 다르다. 헌금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신부님도 월급을 받으신다”며 설득해도 그는 성당에 가려 하지 않았다. 함께 교인이 되어 축복받고 싶던 나는 애가 탔지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셨다. 교황님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를 도배했고, 그 모습을 본 남편은 “저런 지도자라면 괜찮겠다”라며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다. 6개월간 늦잠을 미루고 교리공부를 마친 뒤 세례를 받은 남편과 나는 무사히 혼배미사를 마치고 부부가 되었다.
사람들은 남편이 아내를 위해 개종까지 한 로맨티스트라며 부러워하지만, 사실은 내가 아니라 교황님이 개종시키셨다. 때마침 방한하신 교황님과 천주교인이 된 남편, 이 모든 것에 하느님의 큰 그림이 있었다고 믿는다. 덕분에 매주 불화 없이 미사에 갈 수 있어 감사하다.
이제 남편은 됐고(!) 아이들만 남았다. 다음 주는 ‘아이들 천주교인 만들기 프로젝트’로 찾아뵙겠습니다.

글 _ 마예은 엘리사벳(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