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평전」 집필에 18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쓰겠다 결심했을 때는 기존 학자들이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교님의 생애와 업적이 한국교회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밝히는 정도의 간단한 작업이라 생각했습니다. 얇은 책자를 구상하며 시작했지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종교학 전공 조현범(토마스) 교수는 2008년 당시 서울대교구 개포동본당 주임이던 염수의(요셉) 신부로부터 하느님의 종 브뤼기에르 주교 평전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염 신부는 당시 한국교회의 브뤼기에르 주교 현양사업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 교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바로 그 자리에서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어려운 작업이 아닐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작업을 하겠다고 달려들 수 있었겠지요. 지금 생각하면 제 능력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무모한 일이었습니다. 집필해 가는 과정에서 점점 확인하고 연구할 내용이 늘어나면서 써야 하는 분량도 구상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조 교수는 기나긴 노력 끝에 평전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후련함이나 안도감, 감사함보다 부끄러움을 느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로서 대학원생들의 학위 과정을 지도하고, 논문을 쓰는 등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측면도 있었지만 제가 게을렀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그나마 이렇게 평전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무능하고 게으른 종에게 소명 의식을 불어넣어 주시고 도구로 써 주시는 주님의 은혜에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 교수는 평전을 쓰면서 역사적 인물의 모습을 과장하거나 부풀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지켰다. 사료에 기초해 사실대로만 쓴다는 것이 일관된 집필 기준이었다.
“서술 대상을 영웅시하거나 과장함으로써 참된 삶에 근거한 현양이 되지 않는다면, 그 현양은 우리 삶에서 유리되기 쉽습니다. 평전을 쓰는 데 시간이 더 걸려도 엄밀하게 사실을 확인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염수의 신부님을 비롯해 평전이 나오기까지 전혀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평전에는 브뤼기에르 주교가 초대 조선대목구장으로서 개척자적인 용기,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올곧은 신앙을 보여 줬다는 면에서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신앙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한 인물이라는 점이 제시돼 있다.
조 교수는 “주교님의 생애나 업적에 관해서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만을 적은 이 평전이 한국 교회사학계에서 신뢰할 만한 연구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며 “브뤼기에르 주교님을 현양하는 소설, 뮤지컬, 오페라, 희곡 등을 제작하는 분들이 이 평전을 참고하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는 9월 20일 오후 3시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에서 봉헌하는 ‘순교자 성월을 닫는 미사’ 중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 평전」 봉정식을 연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