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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상식 더하기] 한국인이 아닌데도 ‘한국’ 순교 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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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순교 성인은 몇 명일까요? 신자에게는 상식일 듯합니다. 103명이죠. 그렇다면 이 중 외국인은 몇 명일까요?

어쩌면 ‘한국의 순교 성인인데 외국인이 있다고?’라고 여기거나, ‘외국인 선교사가 계신 건 아는데... 몇 분이셨지?’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정답을 말씀드리자면 프랑스 출신 선교사 열 명입니다. 주교님 세 분과 신부님 일곱 분이지요.

한국 순교 성인이라는 말에서 ‘한국’은 국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분들에게 한국은 태어난 장소가 아니라 오히려 마지막 장소에 해당합니다.

시복시성 절차에 따르면 교구 조사의 관할은 원칙적으로 하느님의 종이 사망한 지역의 주교가 담당합니다. 교황청 시성부는 1983년 공포한 「성인 안건에서 주교들이 시행하는 조사에서 지켜야 할 규범」에서 ‘관할 주교는 원칙적으로 하느님의 종이 최후의 날을 맞은 지역의 주교’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열 분의 성인 말고도 외국 출신 ‘한국 순교자’는 많습니다. 일단 124위 복자 중 중국인인 복자 주문모(야고보) 신부님이 있습니다. 또 한국전쟁 당시 순교한 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와 베네딕도회 덕원의 순교자 38위에는 프랑스·아일랜드·미국·독일 출신 선교사와 수도자가 48명입니다.

이분들은 그저 ‘외국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말을 익히고, 우리 풍습과 문화를 배우며 우리나라 신자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범세형(앵베르 라우렌시오 주교), 장경일(베르뇌 시메온 주교)처럼 한국식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지요. 목자로서 신자들과 함께하다 마지막에는 이 땅에서 신앙을 증거했습니다.

순교자는 아니지만 한국교회와 특별한 인연을 가진 외국인 성직자도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종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 주교님입니다. 주교님은 반대에도 굽히지 않고 조선의 신자들을 위해 선교를 자청하셨고 초대 조선대목구장에 임명됐습니다. 조선에 입국하기 위해 긴 여정을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1835년 중국 만주 지역에서 선종했습니다.

앞서 시복시성은 선종한 지역의 교회가 진행한다는 원칙을 말씀드렸는데요. 여기에는 ‘시성부가 승인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교구는 시성부로부터 시복 재판 관할권 이전 승인을 받아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시복재판을 진행했습니다. 

끝내 조선 땅을 밟지는 못했지만, 목숨이 다할 때까지 예수님과 조선의 신자들을 사랑한 증거자이자 한국교회의 첫 교구장인 브뤼기에르 주교님의 모범을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성 앵베르 라우렌시오 주교를 비롯한 선교사들은 박해가 일어나자 자신들 때문에 신자들이 더 큰 피해를 당할 것을 염려해 스스로 박해자들 앞에 나가 순교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고 하셨지요. 이번 순교자 성월은 비록 국적은 달랐지만, 목숨을 다해 한국을, 한국 신자들을 크게 사랑했던 ‘한국 순교자’들을 기억해 보면 어떨까요.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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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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