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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0주년 특별기획 – 교회와 함께 민족과 함께] (64) 천주교총선연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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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내 36개 단체들로 구성된 천주교총선연대가 공식 출범함으로써 새 천년기 한국교회의 사회 참여 향방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바른 선거 참여와 국민 주권 회복을 위한 천주교총선연대는 2월 2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기자회견 및 발족식을 갖고 합헌적(정당한) 실천에 기반한 낙천·낙선운동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비롯한 36개에 이르는 단체가 참여한 천주교연대는 이날 발족식에서 4·13 총선을 향한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을 인권 보호와 공동선을 향한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라고 평가하고, 이에 적극 동참할 뜻을 밝혔다. 천주교연대는... 사회 개혁의 최대 걸림돌이자 심판 대상이 되고 있는 낡고 부패한 정치의 일소를 위해 인적 청산 작업에 본격 나설 것임을 공식화했다.” (가톨릭신문 2000년 3월 5일자 2면)

한국교회 내 여러 단체가 참여한 ‘올바른 선거 참여와 국민 주권 회복을 위한 천주교총선연대’가 2000년 2월 23일 출범했습니다. 이는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가 공동선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교회 내 주요 단체들이 결집해 펼친 직접적인 사회 참여 행위였습니다.

부패 정치에 반대한 시민사회 운동에 결합

이는 천주교회만의 독자적인 움직임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극복 국면 속에서도 고질적인 지역주의, 밀실 공천, 부패 비리 전력자의 무분별한 재입후보 등 구태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1999년 말부터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을 중심으로 결성된 ‘2000년 총선시민연대’는 부패·무능 정치인의 공천 반대와 퇴출을 목표로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이러한 사회 전반의 정치 개혁 흐름 속에서 교회 안에서도 복음적 정의와 사회교리의 정신을 현실 정치 영역에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이에 천주교 평신도·인권·사회운동 단체들은 투표 독려나 금품 선거 감시 같은 소극적 계몽 방식을 넘어, 부적격 후보를 직접 지목해 유권자의 거부를 호소하는 시민사회 연대 전선에 적극 동참했습니다.

주요 활동

천주교총선연대의 활동은 공천 심사부터 본선거 유세까지 3단계에 걸쳐 전략적으로 전개됐습니다. 1단계에서는 공천 부적격자를 조사해 공천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총선시민연대가 발표한 1·2차 부적격자 명단 중 군사독재 시절 인권 탄압이나 부패 전력이 뚜렷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각 정당에 강력한 공천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2단계에서는 낙선 대상자를 확정하고, 교회 내 유권자들의 인식을 높여 투표를 통해 이를 실현하도록 의식화 작업을 추진했습니다. 3단계로 선거를 앞둔 4월 초부터는 전국 순회 버스 유세와 거리 퍼포먼스, 서명운동, 수도권 및 격전지 집중 유세 동참 등을 통해 올바른 주권 행사를 호소했습니다.

동시에 선거법 제87조에 대한 불복종 운동도 펼쳤습니다. 당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87조는 시민사회단체의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천주교총선연대는 이 조항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참정권을 침해한다고 규정하고, 평화적 시민 불복종의 일환으로 낙선 명단 공표와 거리 서명전을 강행했습니다.

교회의 공식 대응과 내부 논쟁

2000년 총선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낙선운동은 부적격 후보들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나 실정법 위반 논란과 함께 교회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3월 8일 ‘국민이 바로 서야 정치가 바로 섭니다’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하며, 생명·진리·사랑을 올바른 투표 기준으로 제시하고 부패 정치 청산과 지역감정 타파를 강조했습니다. 다만 교회 당국의 공식 입장은 원칙과 기준 제시에 머물렀으며,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직접 낙선 대상으로 지목하는 방식과는 선을 그었습니다.

낙선운동을 지지한 사회운동 단체와 사제단, 평신도들은 신앙이 성전 안에만 갇혀서는 안 되며 불의와 부패를 묵과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반대 측은 교회가 정쟁에 휘말려 공동체의 일치가 깨지고 교회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도 낙선운동은 신자들의 넓은 지지를 얻었습니다. 전국 100여 개 본당과 제 단체를 중심으로 약 3만 명의 신자가 ‘부적격자 자진 사퇴와 선거법 개정을 위한 그리스도인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성과와 의미

낙선운동은 유권자를 동원 대상에서 주체적인 심판자로 끌어올린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특히 이 운동은 실제 선거 결과에 큰 파급력을 가져왔습니다. 총선시민연대가 선정한 최종 86명의 낙선 대상자 중 59명(68.6)이 낙선했고, 특히 수도권에서는 대상자 20명 중 19명이 낙선하는 이변을 낳았습니다. 영남 지역의 경우 35명 중 16명만이 낙선해 지역주의의 벽을 완전히 넘지는 못했습니다.

2000년 천주교총선연대의 활동은 1970~1980년대 군사독재 퇴진과 민주화 투쟁에 집중됐던 교회의 예언자적 사회 참여가, 절차적 민주주의 정착 국면에서 제도 정치 개혁과 유권자 시민행동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교회가 당파성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복음적 가치와 사회교리(생명·인권·생태·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제시한 역사적 선례로 평가받습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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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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