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 장면이 바뀔 때는 여러 편집 방식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 한 장면이 서서히 사라지는 동안 다음 장면이 그 위에 겹치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편집 기법은 ‘디졸브(Dissolve)’입니다.
WYD 상징물 순례를 하며, 찬양하고 친수 기도를 하는 청년들과 교우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바뀌며, 끊임없는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디졸브 기도’와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기도를 마쳤는데도 말씀이 계속 마음에 남아, 그 이야기를 서로가 계속 나누는, 그래서 이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겠다”(루카 9,23 참조)는 삶의 변화로 함께 이끌어가는 기도…. 대전교구에서 이어졌던 상징물 순례는 마치 이런 모습이었습니다.(참조: 이충무 바오로 건양대 명예교수, 디졸브 기도, 대전주보 2026년 9월 6일자 7면)
순교 신앙의 얼이 서려 있는 우리 교구의 특색을 살려, 내년 WYD 대전 교구대회 주제를 ‘순교 영성을 꽃 피우는 대전교구’로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내년을 준비하며 마련한 상징물 순례는, WYD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신앙의 전수를 위해 성령께서 우리 모두의 마음을 영적으로 준비시켜 주시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본당에서 친수 기도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십자가에 의탁하며 그곳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교우들, 십자가가 패배가 아니라 승리의 찬양이 되게끔 한 학교의 청소년들, 순교 신앙의 깊은 유서가 담겨 십자가의 삶을 가르쳐 준 성지,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하며 십자가의 위로와 은총을 체험케 한 사회복지기관까지… 선조들의 순교 신앙을 배우며 살아가려는 우리에게 WYD 상징물 순례는 ‘디졸브 기도’가 되게끔 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십자가를 단순한 위로가 아닌 삶으로 살아가려 다짐해 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지인 솔뫼성지에 모여 ‘Nice to meet you, and YOUTH!’라는 주제로 열렸던 청년들의 다짐을 통해, 그리고 하느님과 세상을 잇는 교구대회 청년 봉사자 ‘이음이(EUM: Eternal Unity Messenger)’들과 함께, ‘환대’, ‘친교’, ‘봉사’, ‘생태’, ‘선교’라는 다섯 가지 핵심 방향성으로 순교 영성을 꽃 피워 나가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가 ‘디졸브 기도’가 되어 WYD 이후에도 끊임없는 우리들의 순교 신앙 스토리텔링이 펼쳐지길 희망합니다.

글 _ 김민수 야고보 신부(2027 WYD 대전 교구대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