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에 따라 생태영성운동을 하다 보면 다양한 세대와 계층에게 영성과 실천을 어떻게 나눌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정부와 기업의 행태, 이를 무관심하게 넘기는 시민과 신앙인의 모습을 보며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일상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과 마주할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신자와 시민의 생태감수성을 넓히고, 생태적 회개의 필요성을 함께 나누기 위한 여러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후정의영화제’입니다. 2025년 제1회 영화제에서는 기후위기에 맞서는 청년 활동가와 농민, 쪽방촌 주민, 노년 활동가의 이야기를 담은 <바로 지금 여기>를 여러 본당 봉사자의 도움으로 10여 곳의 극장에서 상영했습니다. 상당수의 신자와 시민들이 함께 영화를 보고 기후위기의 현실을 나누었습니다.
올해 열린 제2회 영화제에서는 다섯 편의 다큐멘터리를 선보였습니다. <나는 강이다>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강을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조상이자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150년 넘는 투쟁 끝에 2017년 황아누이강에 법적 인격이 인정된 과정을 통해, “자연도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자연을 개발과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지구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바라보도록 이끕니다.
<나무의 노래>는 한 여성 과학자가 노년에 니카라과에서 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산소를 남겨 주고 싶다”는 그의 열망은 공동의 집 지구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바다의 전사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맘폰도족이 거대 석유기업과 정부에 맞서 바다와 땅, 삶의 터전을 지키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고 피해는 누가 떠안는지 묻게 합니다.
<정뱅이>는 2024년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대전 정뱅이마을 주민들이 서로를 돌보며 공동체를 회복하는 이야기입니다. 기후위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며, 이를 이겨 내는 힘 또한 결국 사람과 공동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캔 아이 겟 위트니스?>는 기후위기를 극복한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수명을 50세로 제한한다는 설정을 통해 “미래세대를 위해 현재 세대가 희생되는 것은 정의로운가”라는 세대 간 정의의 문제를 생각하게 합니다.
영화들을 보며 기후위기는 모든 세대와 모든 생명의 위기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해법 역시 한 가지일 수 없습니다. 자연의 권리와 공동체의 연대, 개인의 작은 실천, 기업과 정부의 책임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그 바탕에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사랑이 우리 삶의 기준이 될 때 기후위기를 넘어설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2027년에도 기후정의영화제와 함께할 것입니다. 세상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전하고, 더 많은 이들이 생태적 회개의 길에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 _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