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본당에서 함께 활동했던 청년의 청첩장 모임이 있어 오랜만에 그때 그 얼굴들을 만났다.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하니,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느라 뜸했던 시간이 무색하게도, 그날 우리가 나눈 대화는 마치 어제 만난 사이처럼 술술 이어졌다.
14년 전, 당시 갓 사제품을 받고 첫 본당으로 부임해 모든 일에 열정이 넘치셨던 보좌신부님, 치열하고 바쁜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형과 누나들 그리고 그저 막내라는 이유로 좋은 것만 듬뿍 받던 나.
우리는 각자 다른 위치에 서 있었지만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만나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며 아무런 조건 없이 위안이 되어준 특별한 존재들이었다. 함께 봉사하고, 함께 웃고, 때로는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보낸 그 시간은 지금 생각해도 참 따뜻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열정 가득했던 새 신부님은 신학대학의 교수 신부님이 되어 사제를 양성하고 계시고, 형과 누나들은 어느덧 한 가정의 아기 엄마·아빠가 되었으며, 나는 본당 청년회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각자 삶의 무게도, 짊어진 역할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좀처럼 만나기 어려워진 요즘이지만,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할 때면 그 어떤 모임보다 반갑고 따뜻하다. 서로를 걱정하고 챙기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 형·누나들과 신부님이 나에게 내어주었던 관심과 사랑은, 지금 내가 본당 청년들을 대하는 마음의 밑거름이 되었다. 본당에서 청년 활동을 하면서 예전에 내가 조건 없이 받았던 그 따뜻한 환대와 사랑을 이제는 후배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되돌려주고 나눠주고 싶다. 그렇게 신앙 안에서 맺어진 귀한 인연은 세대와 세대를 넘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내가 겪고 느낀 ‘교회 공동체’는 서로를 위해주고 아껴주는 그런 존재였다. 한때 함께했던 이들을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도, 오랜만이어도 늘 반갑고 위로가 되는 곳.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둔 지금, 많은 본당 청년도 나와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글 _ 김지헌 다니엘(서울대교구 동작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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