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사회 속의 가톨릭교회’로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설립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복지회는 장애인과 노인, 여성과 아동, 노숙인 등 도움이 절실한 이들을 돌보고 본당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며 복음의 사랑을 구체적인 실천으로 보여줬다.
특히 복지회가 걸어온 길은 단순한 사회복지 서비스의 역사가 아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을 지키고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카리타스’ 정신을 삶의 현장에서 구현해 온 교회의 역사다. 50주년을 맞아 개설한 아카이브가 초창기 헌신자들의 기록과 정신을 다시 조명하는 것도 이런 정체성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오늘날 사회복지는 전문화되고 제도화되고 있다. 전문성과 체계적인 서비스는 필요하다. 하지만 교회의 사회복지가 효율과 성과, 행정과 사업 중심으로만 흘러간다면 고유한 존재 이유를 잃을 수 있다. 가톨릭 사회복지의 출발점은 ‘무엇을 얼마나 제공했는가’보다 ‘고통받는 한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만났는가’에 있어야 한다. 복지의 전문성이 깊어질수록 인간 존엄과 사랑, 연대라는 카리타스의 정체성은 오히려 더욱 선명해져야 한다.
빈곤과 고립, 돌봄 공백 등 우리 사회의 소외는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 복지회가 앞으로의 50년에도 제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들을 먼저 찾아가고, 본당과 지역사회와 연대하며 그들의 곁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가장 약한 이들과 함께하는 그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지난 반세기의 정신을 이어가는 가장 충실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