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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 선언했지만… 부모 사후 대책은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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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26년간 홀로 중증 자폐 아들을 키운 피터팬 아빠 전경철 씨가 향년 63세로 세상을 떠났다. 간암 말기 판정 후 1년 넘게 전국 시설 1000여 곳을 찾아다녔지만, 아들은 최중증 자폐의 도전행동을 이유로 번번이 입소를 거부당했다. 그를 지켜준 건 국가가 아니라 그의 사연에 응답한 국민 성원과 후원금, 아들을 받아준 충북 제천의 한 시설이었다.

전 씨가 사망한 지 5일째인 9월 10일, 보건복지부는 전 씨의 이름을 앞세워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방안」(이하 추진방안)을 발표했으나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허울뿐인 대책”이라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3대 전략 11대 과제 50개 세부과제로 구성된 추진방안을 내놓았다. 4880억 원 규모 예산으로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를 2030년까지 3만 명으로 늘리고, 최중증 긴급돌봄 및 통합돌봄 제공기관을 2개소에서 5개소로 확대하는 한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2027년 3월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최중증 24시간 1대 1 서비스를 주말까지 넓히겠다는 내용이다.

사단법인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추진방안이 전 씨가 겪은 위기의 본질을 비켜갔다고 밝혔다. 긴급돌봄 서비스는 1회 최대 7일, 연간 30일 한도라 주보호자의 죽음 같은 영구적 위기엔 무력하다. 김현아(딤프나) 부모회장은 “며칠간의 응급 돌봄이 끝난 후 장애 당사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연속성 있는 거주 전환 패스트트랙은 이번 대책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근본 공백은 행정 절차에 있다. 추진방안 어디에도 응급입소나 절차 간소화 언급이 없다. 부모회는 주보호자 사망 직후 형제나 청년 가구원 등 남은 가족에게 ‘돌볼 수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라는 현행 방식을 ‘가족 전가형 행정 편의주의’라 비판하며, ‘선(先) 보호·입소, 후(後) 행정절차’ 원칙의 법제화를 요구했다.

정부가 강조한 자립지원 확대에 관해서도 부모회는 미봉책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은 2027년 3월에야 본사업으로 전환되고, 참여 지역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넓어진다. 또 정부는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과 최중증 24시간 1대 1 서비스의 주말 확대를 자립 지원책으로 내세웠지만, 주보호자 유고 시 곧장 입소할 수 있는 공공 거주 안전망은 대책에 담기지 않았다.

부모회는 성명에서 “당장 주보호자를 잃은 재가 발달장애인이 긴급 입소할 권역별 응급 거주 정원 확보 방안이 없다”며 “부모가 눈을 감은 뒤에도 남은 가족이 전국 거주시설 대기표를 들고 길거리에 내몰려야 한다면, 이를 어찌 ‘국가책임제’라 부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교회도 이번 추진방안을 검증되지 않은 탈시설 정책을 이름만 바꿔 강행하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2021년 10월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에 공식 반대 입장을 낸 이래 부모회와 같은 문제의식을 이어왔다.

한국카리타스협회 정책위원 이병훈 신부(요한 세례자·대구대교구 포항 들꽃마을 원장)는 “정부의 이번 방안은 탈시설 시범사업에 대한 전수조사와 사망사례 등 충분한 검증 없이 ‘지역사회 자립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본사업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표현이 어렵고 24시간 전문요양이 필요한 최중증발달장애인에게 획일적 탈시설을 적용하는 것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에 부합하기 어렵다”며 “국가는 시설폐쇄를 목표로 삼기보다 당사자의 생명·자기결정권과 전문요양시설 선택권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모회는 9월 1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2024년 6월 시민 3만3908명 서명으로 폐지됐던 ‘탈시설 조례’를 시의회 일각이 재제정하려는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강력히 밝혔다. 

아울러 이미 자립정착금, 지원주택 등을 담은 ‘자립생활 지원 조례’가 마련된 상태에서 탈시설 조례를 다시 만드는 것은 최중증 장애인의 시설 입소를 원천 차단하려는 이중 압박이라며, 재제정 중단과 함께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장애인에게는 자립을,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최중증 장애인에게는 시설을 제공하는 투트랙(Two-track) 복지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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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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