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성가를 부를 때, 그 성가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보다 잘 이해하고 노래함으로써 듣는 이들에게 신앙을 고취시킨다. 성가는 하느님의 뜻이 담긴 가사를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성가를 통해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가를 보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가를 보다 생명력 있게 노래하려면, 또 보다 신앙적인 표현으로 노래하려면, 노래하기 전에 먼저 그 가사를 음미하고 뜻을 새긴 뒤 그 의미에 맞게 표현해야 한다. 또한 노래하기 전, 노래하는 사람의 신앙이 신앙인으로서 올바른 모습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성가를 듣거나 유명한 성음악 작곡가들의 음악을 감상할 때도 우리는 그 음악을 단순히 편안하게 소파에 기대어 듣기보다는, 먼저 그 곡이 의도하는 바를 파악하고 그 작품이 하느님을 향한 진정한 울림인지 진지한 태도로 접해야 한다.
그레고리오 성가를 들으면 곡이 차분하고 명상적이다. 원래 그레고리오 성가는 가사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기도와 찬양이 어우러져 있다. 그저 듣는 것과, 신앙적으로 듣는 것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이 곡을 노래할 때도 라틴어 가사의 의미를 알고, 그 안에 담긴 수도자들의 정성과 신앙을 음미하며 들어야 할 것이다.
유명한 작곡가 헨델은 53세 때 경제적으로 막다른 상황에 놓였고 건강도 악화돼 깊은 좌절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 젠센이 전해준 성경 말씀으로 된 가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아 영감을 얻었고, 밤낮을 잊은 채 불과 22일 만에 <메시아>를 작곡했다. 이 곡은 영감과 감동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그러나 연주자들이 신앙인이 아닌 경우, 헨델의 신앙적 열정과 작품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하는 연주도 있다. 그저 곡이 아름답고 웅장하기 때문에 듣는 것과, 신앙인의 열정과 믿음이 담긴 음악으로 듣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베토벤의 최후의 대작인 <합창 교향곡>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작곡가는 이 곡을 완성하기 위해 10년 이상의 시간을 들였고,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환희의 송가’, 쉽게 말해 ‘기쁨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온 정성을 다해 작곡했다. 곡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강렬한 심리적 울림을 청중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연주자와 청중은 그의 인생을 건 사상적 절규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음악을 듣고 즐기는 데 그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모차르트의 미사곡은 어떤 부분에서는 이른바 초월적 세계에 이른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세상 어떤 음악보다 아름답고 맑은 초월적 표현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가를 노래할 때는 신앙인으로서 가사를 분명히 이해하고, 그 의미를 살려 표현하는 데 보다 초점을 두어야 한다.
성가를 제대로 노래하려면 올바른 신앙심을 지니고 노래해야 한다. 성가는 단순히 노래하는 사람의 노래가 아니라, 제대로 된 신앙과 음악적 기량을 갖춘 사람의 노래여야 한다.

글_이철수 베네딕토(수원교구 성음악위원회 아르스노바 합창단 지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