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영성체 교리를 받으면서 묵주기도를 배울 때, ‘친구(親口)’라는 단어를 처음 배웠는데요. “십자가의 예수님께 친구한다”는 말에 “예수님이랑 친구(親舊)한다”며 친구들과 깔깔대던 기억이 납니다. 아시다시피 친구는 ‘가깝고 친한 사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입을 맞춘다’는 의미입니다. 왜 묵주기도할 때 십자가에 친구를 하는 걸까요?
여러 교리서나 묵주기도 방법을 설명한 글을 보면 묵주기도할 때 성호경을 긋고 십자가에 친구를 하도록 안내합니다.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님도 묵주기도 방법을 설명하며 “묵주의 십자가를 잡고, 그것으로 성호를 그은 뒤 입 맞추라”고 설명하고, 또 기도 때가 아니더라도 “(묵주에 달린 십자가를) 자주 만지고 입 맞추면서 십자가가 나타내는 분을 공경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예수님이 살던 이스라엘을 비롯해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가 활동하던 지중해 지역에서 친구, 즉 입맞춤은 사랑과 친교를 표현하는 행위였다고 합니다. 사도들은 편지에서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로마 16,16), “여러분도 사랑의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1베드 5,14)라고 권고했습니다. 당시 신자들은 평화의 인사를 친구로 나누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신자들은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사랑과 존경을 담아 십자가에 입 맞췄습니다. 이런 전통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요. 381~384년경 예루살렘을 순례한 에게리아의 「순례기」에도 신자들과 예비 신자들이 차례로 십자 나무에 친구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866년 성 니콜라오 1세 교황님은 부정한 상태에서 십자가에 입 맞춰도 되는지를 묻는 불가리아인들의 질문에 “입맞춤이 나타내는 것이 그 대상에 대한 불타는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겠냐”며 “주님의 수난을 공경하고 그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십자가에 입 맞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성경에서도 친구는 예수님을 향한 큰 사랑의 표현으로 나타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바르고 입 맞춘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데요. 예수님은 시몬에게 “너는 나에게 입을 맞추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을 맞추었다”하시고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루카 7,36-50)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묵주기도 하면 성모님이 떠오르지만, 사실 묵주기도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관상하는 “복음의 요약”(「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18항)입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께서는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면서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요한 15,13-15)고 하셨습니다.
묵주기도를 시작하며 십자가에 친구(親口)할 때, 목숨을 내놓는 사랑으로 우리를 친구(親舊)라 불러주신 예수님을 조금 더 가까이 느껴보면 어떨까요?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