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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주님께서 이끌어주신 산티아고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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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8월 16일자 지면에서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WYD 홍보단’이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잠자리’ 같은 춤사위를 펼치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산티아고 대성당 오브라도이로 광장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감동과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산티아고를 홍보 장소로 선택한 서울대교구의 지혜가 주님의 이끄심이라 생각하며 감사 기도를 드렸다.

10여 년 전, 아버지와 아들이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온 기사를 보고 참 부러웠다. 하지만 당시 남편은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었고, 나는 허리 협착증과 무릎 수술을 받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슴 속에 꿈만 키우던 중 코로나19가 찾아왔고, 남편은 암과 신장 투석까지 겹쳤다. 그 시절 cpbc 가톨릭평화방송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보며 전 구간 주요 거리를 기록하고 사진도 찍어 2년 동안 미리 공부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하느님께서 남편을 불러가시고 나는 건강이 더 안 좋아졌다.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100일이 지난 2023년 10월부터 다시 순례를 준비했다. 홀로 사는 70대 중반의 나이와 건강 문제로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쓰고 순례단에 합류했다. 2024년 주님 부활 대축일이 지나고, 마침내 형제‧자매 14명과 함께 40일간의 도보 순례를 떠나게 되었다. 모든 것이 나의 바람대로 이루어진 것은 하느님께서 나의 마음을 온전히 듣고 이끌어주신 큰 은총이었다.

5월 1일, 프랑스 생장에서 순례자 여권을 받고 난도가 가장 높은 피레네산맥을 넘었다. 전날부터 내린 눈으로 새하얗게 덮인 설경이 마치 천국 같았다. 잿빛 하늘과 세찬 바람, 거침없는 눈발에 발은 푹푹 빠졌지만, 추위도 못 느끼고 아름다운 설경 사진을 찍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순례 성당으로 천년의 역사를 담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향해 걷는 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성찰하며 겸손과 은총으로 나아가는 길이었다. 

나는 예수님의 수난, 성모님의 칠고, 야고보 성인의 복음 전도 여정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하루 한 끼만 먹으며 극기로 40일 만이라도 온전히 봉헌하기로 다짐했다. 

새벽마다 여명을 따라 걸으며 하느님과 성모님, 야고보 성인께 그날의 길을 의탁했다. 각국 순례자들과 “부엔 카미노!”라고 인사를 주고받고 사랑과 친교를 나누었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과 밀밭, 평화로이 풀을 뜯는 소와 양 떼는 지친 몸과 마음에 여유를 주었다. 광야의 태양이 친히 기울며 지상의 모든 것이 붉게 물들 때면 때때로 북받치는 연민에 성모님 앞에서 참았던 지난날의 아픔을 쏟아내며 실컷 울었다.

진통제를 밥 먹듯 먹고 걷고 또 걸었다. 오이와 당근을 그렇게 맛있게 먹었다. 시작부터 기뻐서 울고 감사함에 울고, 허리는 굽고 발바닥 물집은 두 번이나 잡혀서 통증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10여 년 만에 그렇게 오고 싶었던 순례이기에 죽을 때까지 기억하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연장자로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홀로 걸었다. 그 덕에 주님과 온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마침내 ‘몬테 도 고소’ 순례자상 언덕에서 멀리 산티아고 대성당의 첨탑을 보았다. 마지막 힘을 다해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서 무릎을 꿇고 40일간의 나날을 생각했다. 환희의 눈물을 쏟으며 주 제단 위 야고보 성인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마리아야 잘 왔구나. 내 손을 잡아라” 하시며 손을 내미는 것 같았다.

“순례 시작부터 다시는 오지 못할 저의 마지막 산티아고 순례길을 허락해 주신 주님께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주님께서 주신 은총으로 죽을 때까지 기쁘게 살아가게 하소서. 사도이며 순례자이신 야고보 성인과 함께 저의 남은 삶의 카미노에서 영원한 집을 향해 한 발 한 발 걸어가게 하소서. 아멘.”

글 _ 정순임 마리아(광주대교구 여수 문수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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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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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놀라운 경륜가, 용맹한 하느님, 영원한 아버지, 평화의 군왕이라 불리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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