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첫 무대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앞둔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의 뮤지컬 <프란치스코, 맨발의 찬가> 연습실을 지난 9월 초 찾았다. 전문 배우의 연기 지도를 받으며 수도자와 배우들이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교회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 특별 희년을 보내고 있는 올해, 뮤지컬 제작은 수도회 한국관구 수도자들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프란치스칸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도 특별 희년을 기억하고 되새길 수 있도록 공연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준비하다 보니 규모가 커졌고 공연장도 늘어났다. 내년에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맞춰 더 큰 무대도 준비하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 역을 맡은 정민휘(미카엘) 수사의 말을 들어보니 뮤지컬 제작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 제작비가 확보되기도 전에 배우를 섭외하고 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뮤지컬의 취지에 공감한 이들이 선뜻 함께해 준 덕분이었다.
사람의 일이란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맨발의 찬가>도 그런 경우였다. 작은 공연으로 시작한 일이 내년 WYD 무대까지 바라보고 있다. 그 과정에 하느님의 이끄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일이 커졌지만 오히려 기대가 된다.
방은미(요한 보스코) 연출가는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죄 없는 이들이 고통받는 지금,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와 가난의 영성이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인 역시 전쟁과 가난, 질병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과 마주하며 하느님을 만났다. 연습실을 나서며 수도자들의 작은 아이디어가 800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의 신자들에게 어떤 울림을 전할지 궁금해졌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