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분이라면 많이들 공감하실 것이다. 아무리 배우자에게 생활비를 받는다고 해도 이 돈은 말 그대로 ‘생활비’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갖고 싶은 것을 사기가 어렵다. 상대적으로 가난해짐을 느낀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지향하기에 오히려 이렇게 가난해진 것이 완전 ‘럭키비키’ 하다고 정신승리를 해본다. 나의 이 가난한 생활로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가난으로 실천하게 된 소박한 나의 ‘녹색순교’를 소개해 본다.
나는 차가 없다. 면허도 없다. 친환경적인 삶을 살기 위해 면허도 따지 않은 위대한 인간은 아니고, 연수 중에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운전이 너무 무서워져서 면허를 못 땄다. 그렇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자전거를 꽤 잘 탄다. 아이 두 명을 내 자전거에 앞뒤로 앉히고 장 본 물건도 싣고 다닐 정도로 잘 탄다. 자전거를 타면 연료도 필요 없는 데다 살도 빠지고 체력도 키울 수 있다. 나에게도 좋고 환경에도 좋다.
옷, 신발, 가방 같은 것도 웬만해서는 사지 않는다. 사지 못한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살 수 있을 때 샀던 것들을 최대한 아껴 쓴다. 구멍이 나면 기워 입고 찢어지면 수선해서 쓴다. 수선이 일상이 되어 바느질이 능숙해지다 보니 잘 안 입는 옷을 자르고 붙여서 새 옷을 만들어 입기도 한다.
아이들 옷도 사지 않고 물려 입힌다. 아이들은 콩나물처럼 쑥쑥 커서 한 철 입으면 옷을 못 입기 때문이다. 작아져서 못 입게 된 옷도 상태가 좋은 경우에는 기부하여 다른 사람이 입을 수 있게 한다. 상태가 안 좋은 옷은 잘라서 창문 먼지라도 닦고서야 버린다.
냉난방을 아끼는 것은 기본이다. 웬만하면 에어컨을 틀지 않고 더우면 도서관 같은 곳으로 피신한다. 겨울에는 난방을 켜는 날을 손에 꼽는다. 적당히 추워야 면역력도 키워준다고 하면서 잘 때 전기장판만 켜고 산다. 실제로 아이들은 감기에 잘 안 걸리는 편이니 관리비도 아끼면서 건강도 챙겼다고 할 수 있겠다.
여행도 자제한다. 아이가 셋이고 막내가 아직 어리다 보니 여행을 가면 힐링이라기보단 고생길이 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남편이 실시간으로 비행기 경로가 표시되는 지도를 보여주며 “어우 비행기 많은 거 봐, 기름을 얼마나 뿌리면서 다닐 거야~”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여행이라는 게 나 하나 좋자고 지구를 힘들게 만드는 것만 같아져서 자제하게 되었다. 집 근처도 안 가본 곳이 많고 모르는 데가 많아 틈틈이 유아차와 자전거로 동네 구경을 다니며 새삼 우리 동네의 매력을 알아가는 중이다.
돈이 없어 돈을 안 쓰려다가, 운전도 못 하는 겁쟁이라 엉겁결에 친환경적인 사람이 되었지만, 막상 이렇게 등 떠밀려 친환경적인 사람이 되고 보니 건강도 챙기게 되고 좋은 점이 많다. 아이 둘 데리고 자전거로 다니면 사람들의 감탄에 내심 뿌듯해지는 것도 큰 장점이고, 옷을 고쳐 입으면서 바느질하는 참한 내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나의 작은 녹색순교가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에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글이 독자분들의 녹색순교 욕구를 일으킨다면 매우 기쁘겠다.

글 _ 마예은 엘리사벳(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