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출생률로 국가가 사라질 위기라지만, 이 부분에 있어 나는 꽤 떳떳하다. 우리 집은 아이가 셋인 다자녀 가구다. 내가 아이를 셋이나 낳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으니, 인생은 참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주변에서는 애가 셋이라고 하면 대단하다고 입을 모으는데,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중 하나는 특히 키우기가 힘들었기에, 스스로 생각해도 진짜 대단하다 싶다.
첫째를 낳기 전 나는 비장하게 다짐했다. 내 부모처럼 아이 앞에서 다투지 않고 아이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아이가 태어난 건 내 욕심 때문이니 괜히 태어났다는 생각은 안 들게 하고 싶었다. 친정엄마의 화와 짜증을 받으며 자란 기억 때문에 내 아이에게는 그러지 않으려 애썼다. 몸에서 사리가 나올 것 같았고 가끔 폭발할 때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처음이라 서툴고 긴장했던, 신입사원 모드였던 첫째 육아를 지나 둘째가 왔을 때는 경험자가 되었으니 한결 수월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둘째는 산 넘어 산이었다.
조금 쉽게 키워보려 분유를 먹이려 했으나 우유 알레르기가 있어 모유 수유를 해야 했고, 조금 커서는 계란을 먹여보았다가 발진이 일어나 급히 소아과로 달려가기도 했다. 알레르기뿐만 아니라 아토피도 있던 아이는 밤에는 더 심하게 피부를 긁어댔고, 나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크림을 수시로 발라주며 밤을 새워야 했다.
처음엔 나만 힘든 거 아니다, 모두 자신의 십자가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매일 똑같은 고통이 해를 넘어가자,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하느님께 묻고 싶었다.
자라면서 아토피와 알레르기는 나아지나 싶더니만 이번에는 병원에서 또래보다 작다며 성장 호르몬 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아이가 작은 건 알고 있었지만 클 때가 되면 알아서 크려니 싶었다. 그래도 아이가 스스로 친구들보다 키가 작아 위축되는 것 같아 검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대학 병원에 입원하고 아이는 안 그래도 작은 몸에서 몇 번이나 피를 뽑아야 했고, 혈당을 올렸다가 내리는 위험한 검사도 받아야 했다. 그리고 결국 성장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집에서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매일 맞혀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매일 직접 주사를 놓아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자꾸 괴롭게 하시는지 하느님께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화보다는 엎드려 비는 마음이 더 컸다. 어릴 적에 하느님을 원망하는 원망권(!)은 다 써버려서 그런지, 아이 피부가 낫게 해달라고, 잘 자라게 해달라고 빌기만 했다. 매일 정성을 다해 기도하진 못했어도 하느님은 내 기도를 들어주셨다.
아이는 거짓말처럼 아토피가 사라졌고 알레르기도 줄었으며, 주사를 맞으며 또래의 키를 따라잡고 있다. 아프고 힘든 시간을 겪으며 마음도 성장했는지 또래보다 성숙하고 기특하다고 느낄 때도 많다. 어쩌면 하느님께서 이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더 크게 쓰시려고 이런 시련을 주셨나 싶은 생각마저 든다.
다행히 셋째는 피부도 깨끗하고 알레르기도 없다. 성격은 나를 닮아 가끔 왜 저러나 싶을 때도 있지만, 세상에 단점만 있는 일은 없다. 시련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하느님의 큰 뜻이 있음을 몸소 체험했기에, 오늘도 그 뜻을 믿으며 뚜벅뚜벅 내 길을 걸어간다.

글 _ 마예은 엘리사벳(웹툰작가)